섬유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의류뿐만 아니라 생활제품, 산업자재, 섬유강화 복합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기초소재다. 패션섬유, 의류·생활용 테크니컬 섬유와 산업용 테크니컬 섬유 등으로 구분된다.
의류 기본 소재였던 섬유는 원료와 제조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한 덕분에 첨단 산업 분야로 용도가 확대돼 왔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분야와 융합해 핵심 소재로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패션의류 분야는 융·복합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차기 시즌 예측 상품을 기획하고 전략을 수립한다. 재고를 최소화하고 조달시간도 단축한다. 3D 기반 디자인 정보를 바탕으로 가상 피팅이나 자동 패터닝 기술을 적용한 비즈니스 모델도 도입한다. 또 개인맞춤 주문·생산 시스템과 로봇 봉제 기술 등을 활용한 스마트 공장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의류·생활용 테크니컬 분야는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이 키워드가 됐다. 이로 인해 재활용이 가능하거나 세균 혹은 다른 효소계에 의해 분해가 쉽게 되는 소재에 대한 개발과 성능 향상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덕분에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친환경 소재와 공정기술 개발이 점차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감지 제어나 신호처리 등 전자 기능을 가지는 섬유소재는 신체와 외부환경 신호를 감지하고 데이터화하는 데 사용된다. 착용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기능을 소화하는 것이다. 섬유소재가 갖는 유연하면서도 질긴 특성을 전자 부품의 원천소재로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이 외에도 인공피부나 인공신장, 인공혈관 등에 활용되는 헬스케어·메디컬 섬유, 여름엔 열을 반사하고 겨울엔 열을 흡수하는 생활편의성 인테리어 섬유에 대한 수요도 지속 확대되고 있다.
세계 섬유산업 시장은 첨단 고부가 산업용 섬유소재에 주목한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소비재와 첨단 산업용 전략소재를 산업에 빠르게 반영한다. 이들은 미래 핵심 산업에서 요구하는 고성능 부직포 섬유소재나 기존 소재의 한계 성능을 뛰어넘는 슈퍼섬유에 대한 개발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고성능 부직포 섬유소재는 고도 여과 기능이 필요한 분야에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등을 제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먼지가 전혀 없는 작업실(클린룸)용 헤파 필터, 의료용 방역소재, 혈액필터 등에 쓰인다. 현재 미국 듀폰이 세계 최고 수준의 부직포 소재 산업 경쟁력을 보유했다.
아라미드·폴리페닐렌 설파이드(PPS)·액정고분자(LCP) 섬유 등 강도·내열성·내화학성 등이 우수한 극한성능 '슈퍼섬유'는 자동차·우주·항공기 등 동체와 구조 보강재, 안전 보호복에 사용된다. 시장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탄소섬유와 더불어 각광받는 분야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수준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첨단 기술과 융합해 미래 수요산업 요구에 맞춰 용도가 빠르게 확대되는 섬유소재는 이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비대면 수요 급증에 따른 디지털 전환, 친환경에 대한 관심 증대, 글로벌 공급망(GVC) 재편 등에 대한 전략을 바탕으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 섬유소재가 첨단 미래 산업에 형형색색 다양한 옷을 입히기를 기대한다.
윤석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섬유 PD ysh@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