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진이 종양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고순도 동위원소 생산에 성공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은 국내 최초로 고순도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루테튬-177(Lu-177)과 홀뮴-166(Ho-166) 생산에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루테튬-177과 홀뮴-166은 테라노스틱스(진단과 치료의 합성어) 방사성동위원소다. 방사선 의학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치료 분야는 무궁무진하지만 루테튬-177은 주로 신경내분비암에, 홀뮴-166은 간암 치료에 쓰인다.

원자력연은 그동안 연구용원자로 하나로를 활용, 담체(운반체) 생산법으로 생산, 공급해왔다. 다만 담체로 쓴 표적물질이 남아 있어 순도가 낮은 한계가 있다.
이번에 개발 기술은 담체 없는 생산 기술이다. 필요 방사성동위원소만 선별 추출하는 고도의 분리기술이 필요한 반면, 순도가 높아 의료 현장 활용도가 높다. 연구진은 표적에서 8㎝ 길이 컬럼(유리기둥)을 통해 원하는 방사성동위원소만 분리해 냈다. 300번의 실험을 거쳐 분리장비와 프로그램을 독자 개발했다.
루테튬-177의 반감기는 6.7일, 평균 에너지는 150킬로전자볼트(keV)다. 홀뮴-166은 반감기 26.6시간, 평균 에너지 666keV다. 방출 에너지와 반감기가 달라 종양 상태와 종류에 따라 최적의 동위원소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성과는 연구용원자로 하나로가 가동 중지된 상황에서 독자 연구개발(R&D)로 이룬 쾌거다. 그동안 4회에 걸쳐 생산해 서울대병원, 원자력의학원, 경북대 병원 등 7개 기관에 연구용으로 시험 공급했다.
꾸준한 연구개발이 뒷받침된다면 3년 내에 실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향후 연구용원자로 하나로나 기장 연구로에 대량생산 장비를 갖추면, 해외 시장 개척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석 원장은 “세계 최고 수준인 연구원의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기술이 국민 여러분의 건강 증진에 직접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루테튬-177을 공급받은 유정수 경북대 의대 교수는 “실험을 통해 루테튬-177로 표지된 항체 종양 성장 억제효능을 확인했다”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성공적인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개발로 이어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신경내분비암과 같은 희귀암 환자에게 아주 기쁜 소식”이라며 “원자력연에서 지속적으로 방사성동위원소 개발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