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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국산 정보통신기술(ICT) 장비 도입을 장려하는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외산 제품 밀어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외산 '스펙 알박기'로 국내 기업 참여 기회가 막혀 업계의 우려와 비난이 거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최근 발주한 170억원 규모의 업무환경 가상화 구현 사업에서 국산 하드웨어(HW) 업체와 소프트웨어(SW) 기업이 참여하기 어렵게 제안요청서(RFP)를 작성했다.

LH는 가상화시스템(VDI) 도입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VDI는 외부에서 가상 PC에 접속해 업무가 가능하고 보안 위협에 대응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LH는 VDI를 도입하기 위해 HW와 SW를 대량 구매할 계획이다.

문제는 HW 요구사항에 국산 제품은 제안할 수 없는 스펙(요건)을 담았다는 점이다.

LH는 '업무용 VDI 서버 및 운용체제용 스토리지 요구사항'에 '업무용 VDI 서버는 블레이드 또는 HCI 기반 서버로 구성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HCI 기반 서버는 어플라이언스 형태의 하이퍼컨버지드 제품 구성으로 제한했다. 이 두 가지 요건을 만족시키는 국산 제품은 시장에 없다고 업계는 주장했다.

LH는 이종배 의원실(국민의힘) 질의에 대해 “국산제품을 제한하거나 특정 업체만 참여하는 내용의 독소조항은 (RFP에)포함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사업에 국산 SW 업체도 참여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LH가 SW 관련 독소조항을 담지 않았지만 사실상 외산 제품 몰아주기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HW가 외산으로 국한되면 SW도 외산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VDI 시장은 델테크놀로지·뉴타닉스(HW)와 VM웨어·시트릭스(SW) 등 외산 제품이 주를 이룬다. VM웨어는 델테크놀로지 자회사로, 양사 HW와 SW 결합 제품을 제공한다.

사업 제안을 준비한 정보기술(IT)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SW까지 외산 스펙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HW를 외산으로 한정했다는 건 SW도 외산을 채택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사업에는 총 3개 컨소시엄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2개 회사는 외국계 HW와 SW를 제안했고, 나머지 1개사는 외산 HW와 국산 SW 조합으로 제안할 계획이다.

업계는 주요 공공이 외산 특정 제품을 선호하는 분위기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최근 추진하는 디지털뉴딜 정책 기조와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SW업계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등이 확산하면서 공공에서도 VDI 도입이 늘어나는 추세고, 국산 제품이 도입된 성공 사례가 늘면서 국산·외산 가리지 않고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분위기”라면서 “국산을 무조건 사용해 달라는 주장이 아니라 외산과 함께 경쟁할 기회를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LH는 사업 기술심사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13일부터 공공기관 최초로 모든 공사와 용역업체 기술심사 과정을 유튜브로 생중계한다고 밝혔다. 14일 있은 업무환경 가상화 기술심사 평가도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그러나 생중계 방송은 음향이 송출되지 않아 심사 과정에서 어떤 언급이 오갔는지는 파악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