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만 전기요금에 연료비용을 연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경 등 외부 비용까지 원가에 반영하지 않아 에너지전환을 저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세계 국내총생산(GDP) 상위 30개국 가운데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사실상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노르웨이 등이 연료비연동제를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각각 산유국과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중심 국가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연료비연동제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미국은 주택용의 경우 계절별 요금제와 계시(계절·시간)별 전기요금 제도를 도입, 보다 탄력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버지니아주는 전력 사용량이 많은 6~9월 여름철에 전기요금을 높이고, 전력 수요가 적은 10~5월 전기요금을 낮춘다. 캘리포니아주는 △늦은 저녁에 활동하는 고객 △일찍 잠자리에 드는 고객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소유 및 임대 고객 등으로 세분화, 계시별 전기요금을 부과한다. 일리노이주는 실시간 또는 시간대별 변화 등에 따라 시간대별 전기 가격을 부과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기 사용량에 따라 일정 금액을 부과, 총괄 원가 수준으로 규제한다. 계시별 요금제 도입 등은 논의 단계에 그치고 있다.
주요국은 전기요금에 환경 등 정책 비용까지 별도 반영하고 있다. 총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를 도입한 국가는 미국, 일본, 호주, 독일 등이다. 미국은 여러 주에서 △에너지효율 향상 △환경관련 규제 △신재생 관련 등 비용을 별도 부과한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부과금을 별도 분리, 고지한다. 이들 국가는 이 같은 비용 보전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연료비연동제 도입 뿐만 아니라 환경요금 분리 부과 등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주요국과 비교해 재생에너지 전환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재생에너지 전환, 미세먼지 감축 등 환경비용을 분리, 부과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제도화할 경우 지속 늘어날 환경비용을 전기요금에 부과. 재생에너지 설비 확산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