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대전발 영시 오십분'에서 대전발 과학도시 시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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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 열차 대전발 영시 오십분”으로 시작되는 가요 '대전블루스'는 1956년 최초 발표 이후 조용필이 1980년대 리메이크해 대중의 인기를 크게 끌었다. 지금도 스포츠 경기에서 대전 응원가로 시민들의 사랑을 크게 받고 있다. 이처럼 대전은 철도도시 명성을 이어 왔다. 행정도시, 관광도시, 교통도시, 군사도시로도 이름이 났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전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과학도시'다. 1973년에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계획이 수립된 대덕연구단지(2005년 이후 대덕연구개발특구)는 오는 2023년이면 설립 50주년을 맞는다. 대덕특구는 '농부는 굶어 죽더라도 종자는 머리에 베고 죽는다'(農夫餓死 枕厥種子)는 격언에 따라 나라는 비록 어렵지만 과학기술을 통한 선진조국 입국이라는 절실함으로 탄생한 곳이다. 그동안 대덕특구는 4M DRAM, TDX, K-9 전차, 휴보, 나로호 등 과학기술 한국을 주도해 온 수많은 성과를 창출하며 국가 발전의 핵심 역할을 해 왔다. 그 결과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로 원조받는 국가에서 원조하는 국가로 변모했다.

이러한 대덕특구의 성과는 오롯이 국가의 성과일 뿐 '대덕은 대전의 섬'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대덕특구 내부뿐만 아니라 시민 사이에서도 늘 회자했다. 대덕특구라는 국가혁신체계가 대전에 자리 잡았지만 이를 활용해서 대전의 핵심 역량으로 끌어내기에는 늘 힘겹기만 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대덕특구 저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들도 연구과제 중심 예산지원제도로 정부 연구개발(R&D) 과제 수주에 매몰돼 있어서 예산 여력이 다소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에 관심이 부족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 창출이 지역 성장동력의 핵심이 됐으며,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 인재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했다. 또 지자체에서도 과학기술을 활용한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첨단 기술에 대한 R&D 지원을 점점 늘려서 이를 통해 스타트업 육성, 기존기업 기술 지원, 새로운 첨단산업 육성 등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 결과 바이오, 인공지능(AI), 스마트시티 등은 어느 지자체 할 것 없이 초미의 관심사로 지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대전은 지난 47년 동안 축적한 대덕특구 성과를 지역 차원의 과학 산업 육성으로 꿰기 위해 과학기술 기반 지방행정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전국 최초로 과학부시장제를 도입했고, 대덕연구단지와 대전시 연결을 기획할 대전과학산업진흥원(DISTEP)도 출범시켰다. 앞으로 이러한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국가 역할이던 과학기술을 지역 발전과 연계시키기 위해 R&D 투자 규모도 계속 늘려 나갈 방침이다.

대전발 과학기반 거버넌스 구축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도시 미래를 지자체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한 끝에 나온 새로운 시도다. 과학도시 대전의 정체성 확립, 과학기술과 시민의 삶 연결, 시민 중심의 스마트시티 조성, 대전의 과학정책에 대덕특구의 적극 참여 유도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당면한 대전의 고민을 담았다. 앞으로 대전시는 대덕특구와 대전 연결로 국가와 지역의 혁신 성장 이어달리기를 통해 다양한 과학산업 정책 실험으로 과학도시의 새로운 모델을 정립해 나가고자 한다.

대전시의 이러한 시도가 떠나가는 새벽 열차로 애절하게 불리던 대전블루스가 아니라 이제는 대전발 과학도시 시험을 통해 돌아오는 대전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과학기술 지역 발전 모델 정립에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문창용 대전시 과학산업국장 muncy518@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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