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1일(현지시간) 브렉시트(Brexit·영국 EU 탈퇴) 협정 일부를 무력화하려는 영국 정부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개시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영국에 협정 위반 문제에 대한 공식 통지문을 보내기로 결정했다면서 “(협정) 위반에 대한 절차 첫 번째 조치”라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영국이 한 달 안에 답변을 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해 EU와 체결한 탈퇴협정 일부를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은 '국내시장법(The internal market bill)'을 추진해 EU 반발을 불러왔다.
EU는 탈퇴협정 이행은 국제법에 따른 의무라면서, 영국이 9월 말까지 문제 내용을 철회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시작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EU 이런 입장에도 영국 하원은 지난달 29일 국내시장법을 통과시켜 상원으로 넘겼다.
EU 탈퇴협정에서 북아일랜드는 영국 영토에 속하면서도 EU 단일시장에 남아 EU 관세 체계 등 규제를 따라야 하는데, 국내시장법은 이를 무시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내시장법은 또 영국과 EU가 새 무역협정 합에 도달하지 못하면 내년 1월부터 상품 이동과 관련해 EU 탈퇴협정 내용을 수정하거나 적용을 배제하는 권한을 영국 각료에 부여하도록 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EU 법적 대응 개시와 관련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국내시장법이 영국 국내시장 통합성을 지키기 위한 법적 안전망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U 공식 통지문은 법적 절차 첫 단계다. 영국이 여전히 국내시장법을 강행하면 유럽사법재판소(ECJ)로 이 문제를 끌고 갈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까지 설정된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에는 영국 역시 ECJ 사법 관할권 아래에 놓여있다.
EU 탈퇴협정 해석과 이행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이 경우 소송에 수년간이 소요될 수 있다. 당장 영국은 연말 전환기간이 종료되면 EU와 완전히 결별하게 된다.
전환기간이 끝나면 EU 탈퇴협정에서 합한 분쟁해결 메커니즘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어떻게 진행될지를 전망하기 쉽지 않다.
EU 이번 법적 대응이 양측간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양측은 이번 주 브뤼셀에서 공식적으로 예정된 마지막 협상인 9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핵심 이슈인 공정경쟁환경(level playing field)과 영국 수역에 관한 접근권과 관련해 양측간 입장차가 좁혀졌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여전히 합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시장법 관련 법적 대응에는 길게는 수년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 미래관계 협상과는 별개로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