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융합망 백본망 구축 사업'에 국산 장비는 채택되지 않고 외산 장비의 독무대가 됐다. 행정안전부의 사업제안요청서(RFP) 제품 요구 사항 때부터 제기됐던 국산 장비 배제 우려가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국가 융합망 백본망 구축 사업 입찰에 참여한 사업자 제안서를 확인한 결과 전송 및 네트워크 장비가 모두 외산 장비로 구성됐다. 1·2망 사업을 수주한 통신사 모두 백본망 핵심 장비인 재설정식광분기다중화장치(ROADM)와 캐리어 이더넷 방식의 패킷전송망(PTN)으로 미국 시에나 제품을 채택했다. 라우터·스위치 등 네트워크 장비 또한 주니퍼 네트웍스 등 모두 외산 제품을 택했다. 입찰에서 탈락한 사업자도 모든 장비를 외산으로 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의 중요한 인프라 구축 사업에는 실효성이 중요하다. 국산 기술이나 제품이 미흡할 경우라면 외산 장비를 채택해 실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선택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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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번 정부 판단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책 사업에서 국산 장비가 활용되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성장할 기회를 얻고 레퍼런스를 쌓는 일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국가 사업에서는 보통 전송·네트워크 장비가 국산·외산 함께 채택돼 왔다.

업계는 행안부가 과도한 장비 기준을 요구한 결과로 보고 있다. RFP가 공개되자 국산 장비 진입이 원천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제기됐다. 일부 기준 완화를 통해 국내 장비 업계에 기회를 줄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결국 원안에 가까운 RFP로 국산 장비업계의 기회를 차단하는 결과를 냈다.

정부 사업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된다. 사업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함께 국내 업체의 성장기회까지 제공한다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나라는 '소부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과의 마찰을 통해 국산 기술 확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도 실제 현장에서는 국산 장비의 도입은 등한시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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