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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대부분이 대작이다. '화려한 그래픽'에 '현실감 넘치는 연출'은 기본이다. 좀 때깔이 난다 싶으면 '콘솔 못지않은'이란 수식어가 들어간다. 보도자료에서 형용사를 떼고 나면 두 줄이 채 남지 않는 자료가 수두룩하다. 관계자끼리 '대작병(大作病)'이라고 얘기한다. 다들 스케일 크고 좋은 그래픽에 덕지덕지 이벤트성 콘텐츠를 붙여 넣은 게임만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사전예약 몇백만명!' 하고 문구 하나 박아 넣는다.

물론 조사를 충분히 했겠지만 이용자는 지겹고 식상하다. 기자조차 이젠 면전에서 귀에 좋은 이야기만 하기가 싫어진다. 속내를 드러내면 그 게임이 그 게임 같다. 실제로 2014년이나 지금이나 동종 장르 게임을 모아 놓으면 얼핏 봐선 구분하기 어렵다. 반드시 규모가 큰 게임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대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올 시즌 최고 화제작 '폴가이즈'는 절대 큰 게임이 아니다. 오히려 단순하다. 복잡한 최신 기술이 없다. 조작과 시스템은 매우 단순하다. 콘텐츠라고 해 봐야 목표 지점까지 닿거나 살아남으면 된다. 이 같은 게임을 다섯 번 연달아 승리하면 우승하는 게 전부다. 재미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얼마나 유쾌하게 전달되는지 게임하는 걸 보기만 해도 즐거울 정도다. 60개 꿈틀이들이 모여서 누구는 함정에 빠져 날아간다. 누구는 미끄러지고, 누구는 자기 생존은 뒤에 밀어 둔 채 다른 이를 방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과정에서 재미가 우러난다. 쉽게 예측할 수도 없다. 자동 전투와 화려한 뽑기 연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희열이다.

폴가이즈에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거나 반전 스토리를 담지 않았다. 개발사는 그저 그 한 판을 어떻게 즐기는지에 집중했다. 이런 게임들이 활발히 개발되고 유통돼야 한다. 우선은 대작병이 치료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대작답게 차세대 콘솔기기에서 호령할 수 있는 게임을 내놓아야 한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