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도 오성산 특별 코스
다양한 험로에도 묵묵히 전진
강력한 엔진...캠핑족 등 최적화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려보면 비가 내리는 날에는 자동차 바퀴가 빠지는 일이 허다했다. 시골 농촌길이 흰색 시멘트로 덮이기 전의 일이다. 차량을 꺼내기 위해 헛도는 바퀴 위에 하중을 높여 지면과 맞닿게 하거나, 차량을 뒤에서 밀기도 했다.
정통 아메리칸 픽업트럭인 쉐보레 '리얼 뉴 콜로라도'는 탁월한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갖춘 차량이다. 리얼 뉴 콜로라도는 어린 시절 기억 속으로 가져가고 싶은 차다.
전장 5395㎜, 휠 베이스 3258㎜의 크기로 2열까지 갖춰 최대 5명까지 탑승 가능한 넉넉한 실내 공간을 자랑한다. 캠핑용품 등 넉넉하게 짐을 실을 수 있는 적재함도 준비돼 있다. 화물차로 분류되기에 구매 시 세재혜택도 주어진다.
리얼 뉴 콜로라도는 쉐보레가 2019년 국내 첫 출시한 콜로라도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정면에서 바라볼 때 트럭처럼 투박하지는 않다. 측면을 보지 않는다면 세련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같아 보인다. 블랙 컬러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안개등, 하단 공기 흡입구를 감싼 새로운 디자인의 범퍼 등은 강인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줬다.
쉐보레는 상품성을 강화한 'Z71-X' 트림과 올블랙 디자인을 적용한 'Z71-X 미드나잇 에디션'도 추가했다. 콜로라도가 올해 상반기 수입차 누적 판매량 5위를 기록하면서 리얼 뉴 콜로라도에 대한 기대도 크다.
리얼 뉴 콜로라도 시승은 Z71-X 트림 차량으로 인천 영종도 오성산에서 이뤄졌다. 오성산은 현재 민간에 개방되지 않는 곳이다. 쉐보레는 이곳에 다양한 오프로드 환경을 조성해 차량 성능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자동(AUTO)으로 맞춰 진행했다. 차량이 노면 상황에 맞게 자동으로 구동방식을 변환했다.
리얼 뉴 콜로라도는 진흙길, 돌길, 강을 무리 없이 통과했다. 도강 코스에선 에어컨을 끄고 진행하도록 했는데 차량에 물이 유입되지 않으면서 앞으로 묵묵히 전진해나갔다. 오프로드 차량이 아니라면 시도해볼 수 없는 경험이다.
진흙길도 손쉽게 빠져나왔다. 머드코스엔 30~50㎝ 깊이의 진흙이 있었으나 바퀴가 빠지지 않았다. 진흙에 미끌리면서 운전대가 소폭 틀어졌으나 방향을 잡고 가솔 페달을 밟자 묵직하게 탈출했다.
울퉁불퉁한 돌길로 구성된 락크롤링 코스에선 오프로드에 특화된 콜로라도의 서스펜션과 올 터레인 타이어 성능을 체험할 수 있었다. 과속을 하지 않는다면 서스펜션이 상당한 충격을 흡수한다.
언덕경사로 코스는 사고 우려가 있어 창문을 열고 진행했다. 경사각이 35도인 가파른 길을 올라야 했다. 땅이 젖어 있어 약간의 반동을 이용해 올랐다. 멈칫하는 순간 가속 페달을 지긋이 눌러 밟자 사뿐히 정상에 도달했다. 3.6ℓ 6기통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하이드라매틱 8단 자동 변속기가 뿜어내는 강력한 힘은 느껴볼 수 있었다. 최고출력은 312마력, 최대토크는 38㎏·m다.
언덕경사로에서 미끄러짐이 발생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쉐보레만의 기술력에 있다. 리얼 뉴 콜로라도는 후륜에 '기계식 디퍼렌셜 잠금장치'가 기본 적용돼 있다. 휠 트랙션 차이에 따라 차동 기능을 제한해 구동력을 일정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어진 내리막 코스에선 새롭게 추가된 '힐 디센트 컨트롤' 기능을 체험했다.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기능 버튼을 2초간 누르면 활성화된다.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적절한 제동력을 발휘, 안정적으로 경사를 내려올 수 있도록 해줬다.
차량 바퀴가 지면에서 떠 있어도 구동력으로 탈출하는 범피 코스가 가장 긴장됐다. 구덩이는 바퀴가 전부 잠길 정도로 깊었다. 좌우 앞바퀴 한쪽과 대각선 방향 뒷바퀴 한쪽만으로 지탱하며 코스를 탈출했다. 휘청거리긴 했으나 앞으로 나아가는 성능은 감탄을 자아냈다.
약 500㎏의 오프로드 전용 트레일러를 결착해 직접 운행하는 체험 구간도 마련됐다. 견인능력이 3.2톤에 달하기에 트레일러를 연결하고도 오르막길을 포함한 주행에 불편함이 없었다. 리얼 뉴 콜로라도는 후방 카메라에 적용된 트레일러 히치 가이드라인을 통해 손쉽게 트레일러 결착이 가능하고, 전자식 트레일러를 연결할 경우 브레이크, 방향지시등도 연동 가능하다.
리얼 뉴 콜로라도는 험로 주행을 즐기는 캠핑족에게 최적화된 모델이다. 여유로운 적재공간은 물론, 강력한 엔진 힘과 험로 탈출 성능은 흠잡을 게 없다. 테일게이트를 부드럽게 여는 '이지 리프트 및 로워 테일게이트', 적재·하차를 편리하게 하는 '코너 스텝', 어두운 곳에서 적재함을 비추는 '카고 램프' 등도 돋보이는 기능이었다.
다만 픽업트럭이다보니 연비는 뛰어나지 않다. 오프로드 체험코스에서 행사장인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체험한 온로드 주행에선 연비 7.8㎞/ℓ를 기록했다.
안전주행 및 주차를 위한 기능으로는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및 전방충돌 경고 시스템, 후방주차 보조시스템 등을 지원한다. 수입차지만 국내 400여곳의 쉐보레 사후 서비스(AS) 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리얼 뉴 콜로라도의 가격은 익스트림 3830만원, 익스트림 4WD 4160만원, 익스트림-X 4300만원이다. Z71-X 트림은 4499만원, Z71-X 미드나잇 에디션은 4649만원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