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공공조달 수혜기업 확대 등 '적극 행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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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꿈과 일상이 무너져 내린 지는 오래됐고, 언제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품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내고 있다. 생계 수단마저 끊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피난민 같은 생활이 이제는 새로운 일상이 됐다.

수도권에서는 지난 13일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연장됐다. 연초부터 눈에 띄게 줄어든 주문량 때문에 상반기 매출은 이미 지난해의 절반으로 떨어졌고, 하반기에도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

직원 수를 줄여야 하고, 원자재 공급업체 대금 지급도 최대한 늦춰야 한다. 협력업체와 직원들 가정으로도 영향이 파급될 것이다. 이미 기력이 다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상황은 더 나빠지게 되고, 서민경제는 완전히 얼어붙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행사를 취소하고 영업시간을 줄이라는 정부 지침을 성실히 준수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현실 대안이 없기도 하지만 정부에서도 위기 상황에 맞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현실 인식 온도 차는 현장의 절박함과 크게 난다. 오래전에 도입된 제도임에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관련 법령을 보여 줘도 기존 관행을 개선하려 들지 않는다.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기관장의 공식 발표에도 실무진의 움직임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소비 유지를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의 의미도 있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기존 일자리가 무너지지 않는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가장 효과 높은 방안은 연간 110조원을 상회하는 정부 등의 공공구매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 소재한 2만여 각급 공공기관에서 나라장터를 통해 연간 75조원, 자체조달시스템을 통해 35조원을 각각 구매하고 있다.

공공구매력을 활용하는 대책은 추경도 필요 없고 시장을 인위로 교란할 위험도 없다. 문제는 그 구매 효과를 얼마나 많은 기업으로 확대할 수 있느냐이다. 현재 약 40만 기업이 조달청에 등록돼 있지만 그 가운데 1년에 1건이라도 수주한 기업은 1만개사 안팎에 불과하다.

조달등록업체의 20~30% 기업이 1~2건만이라도 수주할 수 있도록 수주업체 쏠림 현상을 개선한다면 손쉽게 10만~20만개 일자리를 지켜 낼 수 있다. 소액수의계약 추천제도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협동조합으로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업체를 추천받고 이들 업체 간 가격경쟁을 거쳐 구매하는 방식으로, 업체별 추천 한도와 수주 한도도 있다. 이를 통해 물량 편중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다수의 중소기업에 지원 효과를 확산할 수 있다.

부정당업체 등에 대한 이중 규제도 개선돼야 한다. 순간의 실수로 일정 기간 입찰 참여를 제한받았음에도 계속해서 감점 요소를 두고 배제하는 것은 재도전 기회마저 빼앗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광해군이 역병에 걸린 백성을 구제하는 일에 소홀한 관원의 죄를 다스리는 이야기가 나온다. “병에 걸린 백성들을 구제하는 일이 매우 급하니 태만하고 소홀해서 직무를 제대로 거행하지 않는 자를 입계하고, 죄를 다스려 단단히 타이르도록 하라”고 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중소기업들이 지켜 온 소중한 일자리마저 무너지지 않도록 현장과 소통하는 공직자들의 신속한 적극 행정을 기대한다.

김남수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중소기업회장 chongap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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