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거지는 중기부 산하기관 기능 조정론…기관 정체성 재확립에 초점

중기부 산하 재편 법안 발의 눈앞
21대 국회서 통과 유력할 듯
신보·KOTRA 이전 성사시 '중진공' 업무와 겹쳐
대출전문기관 변신해야 의견도

국회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산하기관 재편 논의가 불거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승격 과정에서 미처 마무리하지 못했던 기능 조정 이슈가 21대 국회 출범 안팎으로 다시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중기부 내부에서도 부 승격 초기부터 실시했던 창업 분야 기능 조정 등이 일단락되면서 장기 차원에서 각 기관별 발전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관가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를 중심으로 중소기업판로지원공사 설립, 신용보증기금 이관 등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 기능을 재편하는 내용의 법안이 집중 논의되고 있다.

Photo Image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최근 신용보증기금 이관을 공론화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조만간 관련 내용의 법안도 발의할 계획이다. 앞서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를 중소기업판로지원공사로 확대·재편해 중소기업이 새로운 유통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 과정에서 당 정책공약에 담겼던 만큼 큰 이견 없이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중기부 관계자는 “신보 이관부터 판로지원공사 설립까지 그간 중기부 출범 과정에서 미처 완비하지 못했던 중기부의 공공기관 기능 조정을 마무리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 차원에서 국회와 부처 간의 협의가 상당기간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기능 재편 논의가 활발 지면서 가장 곤혹스런 처지에 놓인 것은 기존 중소기업 정책 수행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다. 현재 중기부로 이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공공기관 상당수가 중진공과 유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서다.

당 공약대로 판로지원공사가 신설될 경우 중진공에 자회사 형태로 있는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중진공과 분리가 불가피하다. 앞서 벤처투자촉진법 시행에 따라 법정기관으로 독립한 한국벤처투자의 경우에도 중진공과의 재무구조를 분리하는 일을 장기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한국벤처투자의 자본금 100%를 중진공이 보유하고 있는데다 모태펀드의 출자금 상당수가 중진공이 운영하는 중진기금을 통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KOTRA 이관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중기부 산하기관 가운데 중소기업 해외진출 업무를 주력으로 수행하는 기관은 중진공이다. KOTRA가 중기부로 이관되지 않더라도 해외진출과 관련한 명확한 업무 구분은 필요하다. 그간 운영해온 코리아스타트업센터(KSC)의 경우 최근 창업진흥원으로 일부 업무를 이관했다. 중진공은 센터 개소와 인프라 관리만 맡을 뿐, 실질적인 운영은 창진원이 하는 것으로 교통정리됐다.

일각에서는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중소기업연수원 등을 하나로 묶어 중소기업 관련 인력 지원 정책을 체계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진공을 중소기업 대출 전문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관 정체성을 재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중진공이 수행하는 업무 영역은 최근 단순 융자 사업에서 대출 연계 투자와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인수금융 지원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굳이 덩치가 큰 기업은행을 중기부 소관으로 이관시켜 정쟁을 만들기 보다는 중진공의 기존 융자 업무를 보다 강화해 모태펀드와 같이 중진공을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포괄할 수 있는 기관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