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전체 사회가 비대면(언택트) 모드로 대응하고 있지만 청와대 원격근무는 갈 길이 멀다. 정부가 재택근무 등 공직사회 비대면·비접촉 근무 활성화 지침을 세웠지만 정작 '컨트롤타워'인 청와대는 시행하지 못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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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원격근무는 보안 강화를 위한 '망 분리' 정책의 영향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외부에서는 업무망 접속이 차단돼 있다.

앞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망 분리 중심 현 보안 정책을 데이터 등급 기반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 반대에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4차산업혁명위는 지난해 10월 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사회·산업·지능화기반 혁신 방안을 담은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보고했다. 지능화 혁신기반의 일환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원유로 불리는 데이터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용 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정보 활용을 저해하는 '망 분리' 정책을 개선하는 등 사이버보안 정책방향을 대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보고 후 관련 논의는 이어지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국가안보실과 국정원 등이 망 분리 완화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던 상황이라 흐지부지 넘어갔다”고 전했다.

4차산업혁명위는 국무회의 보고 보름 후인 10월 25일 '4차 산업혁명 글로벌 정책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국민 발표를 했다. 보안이 또 다른 규제가 돼서는 곤란하다며 '망 분리' 같은 도메인 중심의 사이버 보안 정책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장병규 당시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현 망분리 정책은) '모든 것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고, 데이터는 활발하게 공유·활용되어야 한다'는 4차 산업혁명의 기본철학과 상충되며 관련 산업 육성에도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요도에 따른 전자데이터 분류 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하며 이 분류 체계를 바탕으로 데이터 중요도에 따라 망 분리 등의 보안 정책 및 컨트롤 타워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사혁신처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 시차출퇴근 등 공직사회 비대면·비접촉 근무를 활성화하는 '2020년 공무원 근무혁신 지침'을 46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올해 5월 26일부터 시행 중이다. 코로나19로 변화된 행정환경에 맞게 일과 방역이 함께 할 수 있는 근무여건 조성이 목표다.

미국은 백악관 등 주요 시설도 망이 분리돼 있지 않다. 국토안보부가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안 등급을 매기고 접근 권한을 부여해 보안을 강화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전시상황인 점과 통신망이 워낙 잘 깔려있다는 점 때문에 해킹 위협에 상시 노출돼 있지만 현재의 보안 정책이 꼭 보안 위협을 막아준다고는 할 수 없다”며 “더 늦기 전에 데이터 위주의 보안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달리 정부부처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원격근무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정부는 원격근무지원시스템을 구축해 외부에서도 일부 업무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있다.

코로나19를 비롯한 국가 위기 상황 대처와 4차 산업혁명 시대 초연결 사회 진입을 위해선 현 망 분리 위주의 보안 정책을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정부는 그동안 구축한 비대면 시스템 덕분에 정부뿐 아니라 정부와 협업하는 기관, 기업 등과도 코로나19 위험 노출을 줄이고 원격으로 근무·협업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기업도 각종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하며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는데 정부뿐 아니라 청와대, 국회 등도 보안을 이유로 무조건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보안을 대비하면서도 비대면 업무가 가능한 환경을 구현하도록 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공동취재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