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패소해도 대응 가능하지만
부품·소재 수입 막혀 美 생산 올스톱
포드·폭스바겐 등 납품 차질 불가피
ITC 최종판결 전 보상금 이견 좁혀야

# 1년 넘게 배터리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10월 이전 합의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영업비밀침해 사건의 최종 판결일은 다음달 5일이다. 이에 앞서 협상 테이블에 앉은 양사는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한 배터리 전·후방 산업계는 양사의 소송 장기화로 위기감이 고조됐다. 차세대 성장동력을 지키기 위한 대승적인 합의와 인력 양성을 포함한 배터리 산업 육성 방안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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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최종 판결 'D-30'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소송과 관련한 ITC 최종 판결은 오는 10월 초 내려질 예정이다. 현재 '데드라인'은 10월 5일로, 그 이전에 선고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판결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ement)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과 포렌식 명령 위반 등 법정을 모독했다고 판단했다.

LG화학은 작년 4월SK이노베이션을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각각 제소했다.LG화학 일부 직원들이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핵심 영업비밀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증거인멸 혐의가 발견됐다며 ITC에 조기패소 판정을 요청했다. ITC는 이를 받아들이면서 일단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SK이노, ITC 최종 판결까지 갈까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ITC 최종 판결 전 합의하기 위한 협상 가능 기간은 30일여 밖에 남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ITC에서 패소해도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ITC 패소만으로도 매우 복잡한 상황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ITC 패소 확정시SK의 부품·소재 등에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 내 배터리 생산이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총 25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조지아주에 21.5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구축 중이다. 이곳에서 만드는 배터리는 폭스바겐과 포드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ITC 최종 판결로 배터리 생산이 불발되면 완성차 업체 납품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포드와 폭스바겐은 이 같은 최악 상황을 피하고자 ITC에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생산과 관련된 부품 수입 금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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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조속히 사태 해결해야”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지난 2월 ITC 조기패소 판결 이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양측 실무진이 (최종 판결 이전) 금전 보상 규모를 산정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면서 “미국 ITC 판결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전에 움직인 것”이라고 전했다.

양사 협상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특히 LG화학은 '조 단위'를, SK이노베이션은 '수백억원'을 각각 제시, 보상 규모에 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수천억원'을 제시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LG화학 측은 “그런 제시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LG화학은 '합리적 금액'을 강조했다. 지난 7월 진행한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합의는 객관적 근거를 토대로 삼은 합리적 수준이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최종 판결 이전 영업비밀 유출을 금전적으로 산출해 보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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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피소 입장에서는 합의 진행시 보상금에 대한 책임이 엄격하기 때문에 반드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면서 “LG화학 측 근거가 제시되면 전문가들을 거쳐 이를 검증한 후 보상과 사과로 책임 있는 기업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화학 관계자는 “ITC는 어떤 영업비밀을 어떻게 사용해 소재, 부품, 셀, 모듈 등을 만들었는지 구체적인 리스트를 갖고 있고 이를 인정했기 때문에 조기패소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조기패소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ITC는 이에 따라 전면 재검토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종 판결에서 패소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이 기대할 수 있는 카드는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다. 1916년ITC설립 이후 미국 대통령이ITC 최종 결정에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총 6회다. 하지만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후 한 건도 없는 데다 영업비밀침해 관련으로는 전례가 없는 것이 변수다.

전문가들은 양사를 위해 조속히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존심을 앞세우기보다 경영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한 자동차 분야 교수는 “ITC 판결 이후까지 분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이제는 양사가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소송전과 관련한 요구안을 마련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