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문펀드·넥펀·팝펀딩 등 부실
문제 발생 공통점 '동산담보 취급'
훼손·이동 취약...관리 쉽지 않아
투자자, 가치 판단할 자료 부족
오는 27일 P2P금융(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이 제도권으로 인정되는 P2P법 시행을 앞두고 부실업체들이 늘고 있다.
25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P2P업체 '블루문펀드'는 사실상 영업을 중단했다. 8월 초 이후 투자상품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 돈도 묶였다. 블루문펀드의 누적 투자건수는 5만4500여건, 투자금은 2023억6500억원, 대출잔액은 576억6000억원이다.
예치기관 중개 업체 '페이게이트'는 이상징후를 파악하고 블루문펀드 관련 입·출금 계좌를 막았다. 페이게이트는 “블루문펀드의 대표 및 관계자들의 연락두절로 정상적인 업무처리가 불가능함을 인지했고 7일부로 블루문펀드의 가상계좌 입출금을 정지한 상태”라고 공지했다.
투자자들은 블루문펀드 부실정황을 미리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7월 말까지도 이 회사는 사회공헌 활동, 창립 3주년 이벤트 등 긍정적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최근까지도 누적 상환율은 71.51%, 평균 수익률은 15.7%, 연체율은 2.73%를 기록하고 있다고 홍보해 왔다.
2017년 6월 설립된 블루문펀드는 동산 담보를 전문으로 투자자를 모집해왔다. 스마트플래너, 스포츠웨어, 캠핑용품, 마스크, 손소독제 등 다양한 동산을 취급했다. 주로 동산을 담보로 잡고 투자자를 모집해 유통업체에 대출을 해준 뒤 이자를 받는 시스템이다.
지난달 갑자기 전 직원을 해고하고 영업을 중단한 자동차동산담보 P2P업체 '넥스리치펀딩(넥펀)' 이 모 대표는 사기 및 유사수신 등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넥펀 홈페이지는 폐쇄된 상태다.
넥펀은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자금을 기존 투자자의 원리금을 상환하는데 쓰는 돌려막기 혐의를 받고 있다. 넥펀은 중고자동차 매매상사에 자동차 매입자금 등을 대출해주는 투자 상품을 판매해왔다. 근저당 설정이 가능한 '자동차'를 취급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투자자를 끌어모았으나 실제로는 중고차 매매상사에 신용대출을 제공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넥펀의 대출잔액은 251억4500만원이다. 일부 피해자는 소송인단을 꾸려 집단 대응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직접 현장까지 방문해 혁신사례로 내세웠던 P2P업체 '팝펀딩'도 대표가 사기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이 업체는 TV 홈쇼핑에서 의류·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창고에 있는 재고를 담보로 잡아 운전자금을 대출해 줬다.
그러나 수사기관에 따르면 팝펀딩은 201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2년간 가짜 대출자와 대출 서류를 만들어 투자금 수백억원을 가로챘다.
또다른 동산 담보대출 업체 '시소펀딩'에서도 상환 지연이 발생했다. 시소펀딩은 홈페이지에 “여러 건의 상환 지연 발생으로 투자자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상세 사유를 파악 중이며 추후 상황을 공유하겠다”고 전했다.
최근 문제가 발생한 P2P업체 공통점은 주로 동산담보를 취급한다는 점이다. 동산 P2P 금융은 수입 축산물 담보, 전자어음, 매출채권 등 다루는 상품이 다양하다. 동산담보대출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는 유리한 상품이다. 부동산이 없는 창업기업이나 중소기업 등도 동산자산은 보유하고 있어서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창업·중소기업은 동산담보대출로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담보 가치 산정과 담보물 관리가 어려워 시중은행들은 지금껏 꺼려 왔다.
동산담보대출은 평가-관리-회수까지 과정이 엄격하게 준수돼야 한다. 동산은 감가상각 등으로 시간 경과에 따른 가치변동이 심하다. 또 하나의 동산이 등기 없는 양도담보에 중복 제공되는 등 권리관계 파악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관리면에서도 파악이 어렵다. 훼손·이동 등에 취약해 담보관리가 쉽지 않다. 회수 측면에서도 민간 매각시장이 부족한 상황이다.
문제가 된 동산담보 P2P업체들은 이 헛점을 파고들었다.
부실한 동산담보 P2P업체들은 대부분 담보를 투명하게 관리하지 않았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P2P 업체가 공개하는 자료외에 담보를 직접 확인하거나 가치를 판단할 자료가 마땅히 없다는 게 문제다.
연이은 동산담보 P2P업체의 부실로 동산 담보대출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금융위도 머쓱하게 됐다. 2018년 5월 금융위는 동산담보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서 모든 P2P업체를 전수조사중으로 법 시행인 오는 27일 전까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등록심사를 매우 엄격하게 진행할 예정으로 조금이라도 문제가 보이는 업체는 제도권으로 진입이 불과하다. 이에 따라 옥석이 가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