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감사원의 딜레마

Photo Image
산업에너지부 류태웅 기자.

감사원이 월성원전 1호기 감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지난 2018년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 과정이 정당했는지를 놓고 어떤 결론을 내도 탈원전이나 친원전 측이 극렬하게 반발할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감사원 흔들기(?)도 거세지고 있다. 여권은 최재형 감사원장이 원전업계 종사자 가족에 경도돼 친원전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감사를 이끌고 있다며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감사원 스스로 초래했다는 목소리가 크다. 최 원장은 해당 감사를 담당하던 공공기관감사국장을 21대 총선 직후 교체했다. 최 원장 의중에 맞는 감사 결과를 도출하려는 목적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감사원 관계자는 “최 원장이 새로 앉힌 공공기관감사국장과 감사관들은 감사원 내에서도 이른바 '타이거 5'로 불릴 정도로 강성”이라고 귀띔했다.

감사원은 피감기관들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반론마저 일축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감사원이 친원전 편에 섰다는 의심이 더욱 강하게 들 수밖에 없다.

한 피감기관 관계자는 “최 원장은 '피감기관과 소통하고, 무엇이 국가와 국민께 도움이 되는 길인지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감사관들은 귀를 닫은 채 강압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가 문제없다고 결론 낼 경우 친원전 측은 '정권에 굴복했다' '정권 입맛에 맞는 결론을 냈다'며 비판할 공산이 크다.

감사원이 딜레마를 극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양쪽 의견을 종합 판단해서 합리적인 감사 결과를 내놓으면 된다. 그 과정에서 감사 지표로 규정한 '좋은 감사', 즉 헌법이 부여한 책무에 충실하고 근본 원인 규명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감사원의 정체성은 '중립성'이다. 중립성이 흔들린다면 존재 가치는 사라진다. 감사원이 독립성을 보장받는 가장 큰 이유다.

한 감사원 관계자는 최 원장을 '대단한 원칙주의자'라고 표현했다. 최 원장은 줄곧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해 왔다. 감사원이 감사 지표와 원칙에 입각한 감사 결과를 내놓는다면 의외로 쉽게 월성 1호기 논란은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