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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19세기 내연기관 자동차 등장 이래 가장 역동하는 변화를 맞고 있다. 기존 자동차 시장의 목적이 자동차 성능 개선에 있었다면 새로운 자동차 시대는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 지금까지 볼 수 없던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려 한다.

현대자동차는 전동화·연결·자율주행 서비스형 모빌리티(MECA)라는 개념으로 발전을 설명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자동차 개념을 넘어 모빌리티 서비스라는 개념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미 이러한 변화를 다른 산업에서 경험한 적이 있다.

스마트폰이다. 단순히 음성과 문자를 교환하던 기기에서 인터넷이 결합하면서 미디어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것이다. 방송·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소비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자율주행차 시대 도래와 함께 미디어 사업자는 자동차 산업과의 융합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에서 밝힌 2030년 미래 자동차가 여는 사회상은 밝다. '달리는 스마트폰' '도로 위의 쇼핑몰' '움직이는 사무공간'으로 변한다고 정의했다.

10년 전 스마트폰 혁명이 10년 후 미래 자동차 혁신으로 재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다양한 서비스가 결합된 융합 모빌리티 시장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 5세대(5G)를 넘어 6G 기술이 도입돼 차량 내에서 다양한 업무 처리와 콘텐츠 소비가 가능하다. 미디어 산업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차가 알아서 스스로 운전해 준다면 사람은 그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TV나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웹소설이나 웹툰을 소비하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거나 간단한 체조를 할 수도 있다.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율주행차 안에서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를 선택할 것이다.

이러한 기술 발전이 미디어 산업에 어떤 기회를 줄까. 우선 시장의 확장이다. 현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가입자 확대를 통한 매출 증대다. 만일 국내 OTT 사업자가 자율주행차에 들어간다면 상황이 어떻게 변할까.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는 2368만대이며, 그 가운데 승용차가 약 1750만대 수준이다. 승용차 평균 주행 시간은 약 40분이며, 대당 탑승 인원은 1.2명 정도 된다. 향후 모든 자동차가 자율주행차로 대체된다고 가정하면 아무리 최소한도의 예측을 해도 1000만명 이상 새로운 가입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평균 운행 일수나 다른 매체를 소비하는 비율 등을 따져 봐도 최소 수백만 이상의 고정 이용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게 가정하면 국내 OTT 사업자는 충분한 가입자 수와 수요를 확보하고 더 많은 양질의 콘텐츠를 수급할 수 있는 토양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어떠한가. 투자보다 정부 지원에 기대는 정책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넷플릭스 투자를 '공세'라고 이야기한다. 자동차업계와 전략 제휴를 하거나 기술을 개발한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기존 유료방송의 혁신으로 이야기되는 OTT는 어느새 유료방송과 같은 이야기만 하고 있는 현실이다. 먹고 살기 어려운데 혁신이 무슨 말이냐고 하는 것이다. 혁신이 반복되는 현장에서 구태가 반복되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혁신 현장에서 혁신을 다시 한 번 바라볼 때다. 시간이 없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 yh.kim@soongsil.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