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영화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스파이더맨 주인공 피터 파커에게 이 말을 건넨 밴 삼촌은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지만 그 의미는 '스파이더맨' 전 시리즈를 관통하며 여운을 남겼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2개월 전 180석 총선 완승의 환희가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최악이다. 21대 국회 들어와 힘이 가장 커졌지만 그만큼의 책임감을 보여 주지 못해 실망하는 여론도 늘었다.
언제인가 민주당의 한 관계자가 “유독 민주당에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유사한 사안에 대해 여권 쪽 이슈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언론 행태에 대한 불만이었다. 최근 논란에 대해서는 “저쪽이 우리보다 더 심하다” 식의 항변이 심심치 않게 나오기도 한다. 한때 모 전 대통령을 풍자하던 “왜 나만 갖고 그래~”라는 유행어가 떠오른다.
정량 지표상 근거는 없지만 여권에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는 불평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 잣대가 민주당에는 아쉬울 수도 때로는 불공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엄격한 잣대는 지금의 여권에만 적용된 것은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국민은 항상 같은 기준으로 정치권을 바라봤다.
민주당은 계속되는 선거 승리로 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이어 사실상 국회까지 장악했다. 정치권을 재단하는 국민의 잣대가 높아졌고, 국민은 거기에 어울리는 집단을 민주당이라 여겼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민주당에만 엄격한 것이 아니다. 미래통합당은 이미 국민의 표에 따라 총선 완패라는 가혹한 심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그 잣대를 통과했기에 그만큼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16일 지각 개원식을 치른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다른 야당도 엄격한 잣대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성장하면 더할 나위 없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