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과 카드사, 캐피털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임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신사업을 위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올해 5월 말 기준 한국의 ESG 채권 총잔액은 59조원이다. 2018년 말과 비교하면 65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에는 공기업과 은행권에서 제2금융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최근 3억스위스프랑(3900억원) 규모 해외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현대캐피탈이 해외 그린본드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현대캐피탈은 2016년과 지난해 각각 2400억원, 5000억원 규모 그린본드를 발행한 바 있다.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채권의 일종인 그린본드는 환경보호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을 말한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그린본드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을 현대·기아자동차의 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차량 등 친환경 차량의 할부금융 서비스에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캐피탈이 발행한 해외 그린본드 발행 금리는 3년 만기 스위스프랑 미드 스와프 금리(CHF Mid Swap)에 135bp(1bp=0.01)를 얹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은행권의 ESG 채권 발행도 잇따르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금융지원을 위해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소셜본드를 발행했다. 기업은행은 조달한 자금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KDB산업은행도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사회적채권 1조원가량을 발행했다. 산은은 조달한 자금으로 코로나19 여파를 겪는 중소기업과 고용안정에 기여하는 기업에 지원할 예정이다.
대형 금융지주도 각 계열사를 통해 ESG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600억원, 4000억원 상당의 ESG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두 은행 모두 조달한 자금을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용도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카드사도 적극적이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최근 각각 1000억원 상당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신한카드는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빅데이터와 디지털 채널을 활용해 코로나19 피해고객 지원과 경기 활성화에, KB국민카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가맹점 신용판매대금 조기 지급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친환경, 중소기업 육성,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정책 방향에 따라 국내 기업과 금융사들의 ESG 채권 발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 국민생활에 밀접하게 작용하는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이런 추세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기업이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 외에 다양한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이후 비재무적 개선이 회사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중시하는 정책 방향에 따라 기업과 금융권의 ESG 채권 발행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