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포스트 코로나 '착한기업'에 돈 몰린다…ESG 시장 급성장

2018년 글로벌 투자 규모 30조달러
유럽·美 85% 점유...아시아로 확산
ESG 성과 높은 기업, 주가 하락폭 낮아
투자자, 지배구조 우수 기업에 주목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해외는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에서 크게 확산했다. 최근에는 일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가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금융권의 ESG 관련 채권 발행도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와 맞물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과 금융권 역할이 강조되면서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는 ESG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기업과 이런 기업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ESG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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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투자 시장 급성장 원인은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에 대한 평가와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성, 수익성 등 기존 재무적 요소 외에 추가로 고려해야 하는 비재무적 요소를 의미한다.

ESG는 2006년 코피아닌 전 UN사무총장 제창으로 'UN 책임투자원칙'을 제정하면서 시작됐다. UN 책임투자원칙은 국제사회 책임투자원칙으로 투자의사 결정시 기존 재무적 분석에 더해 기후변화, 인권 등과 같은 비재무적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 이슈를 고려할 것을 강조한다.

현재 ESG는 기업의 지속 성장 가능성과 사회적 영향을 측정하는 주요 기준으로,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기업을 평가하는 지표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아시아까지 확산 추세다.

ESG 구성요소를 보면 환경은 기후변화 영향, 환경오염물질 저감, 친환경 제품 개발과 같은 요소가 포함된다. 사회의 경우 인적자원 관리, 산업안전, 하도급 거래, 제품·서비스 안전성, 공정경쟁 등이 해당한다. 지배구조는 주주권리, 이사회 구성과 활동, 감사제도, 배당 등 요소가 포함된다.

투자 전 ESG 확인은 필수사항으로 꼽힌다. ESG 평가가 중요한 이유는 세계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핵심지표로 인정받아 투자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가이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제공인재무분석사협회(CFA Institute)가 실시한 글로벌 투자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73%가 ESG를 투자 전 확인하는 주요지표로 검토하고 있다. 이는 ESG 성과가 높은 기업의 경우 주가 급락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ESG 현안분석'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급락 상황에서 기업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평균적으로 주가수익률 하락 폭이 낮다는 지표를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총 668개 표본 기업의 올해 1월 20일부터 3월 19일까지 42거래일 동안 평균 수익률은 -8.37%다. 당시 기업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337개 표본 기업은 42거래일 동안 평균 수익률이 -6.07%를 보였지만, 상대적으로 지배구조가 취약한 331개 기업은 평균수익률이 -10.7%까지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올해 2월 14일부터 3월 19일까지 25거래일에서도 일관된 결과를 보였다.

◇미국·유럽 중심 급증…일본도 확대 추세

해외에서는 ESG 관련 투자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에서는 ESG ETF에 115억달러가 순유입되면서 ESG 관련 투자가 활성화됐다. ESG 관련 펀드에 대한 자금 유입 중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20% 수준이었으나 2018년 이후 약 40%를 차지하면서 ESG 관련 펀드에 대한 자금 유입을 이끌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산업이 혼란에 빠지면서 기존 가치를 뒤흔들자 세계 투자자들이 착한기업에 투자하는 ESG 관련 투자에 자금을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 기준 세계 ESG 투자 규모는 약 30조달러(3경6270조원)에 달한다. 세계적으로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럽과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뉴질랜드 등 5개 주요 시장에서 2012년 13조2000억달러였던 투자 규모가 연평균 15.1% 급성장했다.

ESG 투자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공적 펀드의 공공성이 부각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해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이 발표한 GSIR(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Review)에 따르면 글로벌 ESG 투자 규모는 유럽(46%)과 미국(39%)이 전체의 85%를 점유하고 있어 절대적이다. 그 다음으로 일본(7%), 캐나다(6%), 호주·뉴질랜드순이다. 특히 유럽은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네덜란드 연기금 등을 중심으로, 일본은 공적연기금(GPIF)이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각각 ESG 투자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투자운용자산 중 ESG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유럽, 캐나다, 호주·뉴질랜드의 경우 투자운용자산 50% 이상이 ESG 관련 자산에 투자되는 상황이다. 유럽의 경우 ESG 관련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2014년 이후 일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규모 측면에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 2016년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ESG 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국내 ESG 시장, 3대 공적 연기금 주도…은행, 2금융 합세 '급성장'

한국의 ESG채권은 지난달 말 기준 총 413개 종목이 존재하며 발행 잔액은 59조원에 달한다. 2018년 말과 비교하면 상승세도 가파르다. 발행 기업도 공기업과 은행권 중심에서 점차 제2금융권 및 민간 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2018년 기준 국내 ESG 관련 투자 규모는 약 28조원 수준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3대 공적 연기금이 주도하는 상황이었다. 이 중에서도 국민연금의 ESG투자 자산은 약 26조7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내 3대 공적 연기금 운용규모가 2018년 기준 663조원으로 대폭 증가했음에도 총 운용자산 중 ESG 관련 투자 비중은 4.1%로 여전히 낮았다.

국내 ESG 시장은 최근 관심이 고조되면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의 ESG 투자 규모는 2018년 말 기준 전년 대비 288.7% 늘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도 각각 30.3%, 38.3%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 민간기업의 ESG 채권도 발행하고 있다. 2016년 3월 현대캐피탈이 ESG 관련 채권을 발행한 데 이어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에 이어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등 2금융권까지 ESG 관련 채권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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