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국내에도 후폭풍을 불러온 가운데 백악관도 400곳 이상의 수정과 삭제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가기밀을 다수 포함해 이를 막기 위한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기각됐다는 것이다. 법원에 제출한 17쪽짜리 서류를 보면 백악관은 책 내용 가운데 약 415곳의 수정과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보다 앞서 볼턴은 재임 기간에 겪은 각종 외교·안보 현안에 관한 일을 책으로 엮었다. 남북한, 한·미, 북·미 정상끼리 오간 논의 내용 등 우리와 관계된 외교 비사도 많아 청와대까지 입장을 밝히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과잉 반응은 금물이다. 회고록은 개인기록일 뿐이다. 제대로 역사를 정리한 '정사'가 아니라 개인 신분에서 당시 상황을 기록한 '야사'일 뿐이다.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도 많지 않다. 더욱이 볼턴이 회고록을 낸 배경은 명확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강하다. 분명한 목적으로 회고록을 출간한 이상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사실 관계는 명확히 해 줄 필요가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지적처럼 “정부끼리 상호 신뢰에 기초해서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면 바로잡을 필요는 있다. 분명한 외교 기본 원칙을 무너뜨린 행위이기 때문이다.
외교 활동은 오케스트라와 같다. 한 나라가 직면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엮여서 발현되는 게 외교다. 결코 특정한 누군가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도 없고, 한 사람이 보고 판단한 내용이 해당 사안의 전부일 수 없다. 오히려 과잉 반응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소지가 크다. 문제가 있다면 법적으로 정확하게 사실 관계를 가리면 된다. 더 큰 문제는 보좌관 회고록 에 들썩이는 정치판이다. 외교는 국격과 관계가 있다. 검증이 필요한 어설픈 내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정치 실리를 넘어 기본 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다. 당리당략을 위해 싸울 땐 싸우더라도 선은 지켜야 한다. 회고록 한 편에 휘둘리는 대한민국을 다른 나라가 어떻게 볼지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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