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7일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자 청와대와 정부부처 역시 강한 유감을 표하며 대응수위를 높였다. 그간 북한의 도발성 움직임과 관련해 맞대응을 자제했던 모습은 사라졌다.
청와대와 국방부, 통일부는 17일 오전 10분 간격으로 잇따라 브리핑을 실시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등 북한 당국자의 대남 비난 담화와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예고 등을 강하게 비판하며 한 목소리를 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어왔던 '유화 제스쳐'를 접고 전례없는 강한 톤으로 대북 강경 메시지 카드를 꺼냈다. 최근까지만 해도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내에선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언급 하나하나가 대북관계에 영향을 줄수 있다며 '함구'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철면피한 궤변”이라고 혹평하는 등 공세를 높이자 맞대응으로 전환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10시 브리핑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 발언을 원색 비난한 것과 관련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측은 앞으로 기본적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도 청와대 브리핑 10분 뒤 북한이 사실상 9·19 군사합의 파기를 예고한 데 대해 “실제 행동에 옮겨질 경우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동진 합참 작전부장(육군 소장)은 “우리 군은 오늘 북한군 총참모부에서 그간의 남북합의들과 2018년 판문점선언 및 9.19 군사합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각종 군사행동계획을 비준받겠다고 발표한 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조치는 지난 20여년간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 남북이 함께 기울여온 노력과 성과를 일거에 무산시키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군은 현 안보 상황 관련, 북한군의 동향을 24시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안정적 상황관리로 군사적 위기 고조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통일부도 북한이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군부대를 다시 주둔시키겠다고 밝힌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이날 오전 10시 20분 브리핑에서 “오늘 북측의 발표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성명 이전의 과거로 되돌리는 행태”라며 “우리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측은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추가적인 상황 악화 조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