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주택 구입 후 6개월 내 전입해야 하고, 전세대출을 받은 후 투기과열지구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면 대출이 회수된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시세차익을 노리는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또한 연말부터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재건축에서는 2년 이상 거주해야 분양을 신청할 수 있다. 풍선효과 차단을 위해 의정부·대전·청주 등이 규제지역으로 추가 지정됐다.
정부는 1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관리방안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규제지역을 추가 지정하고, 실거주를 전제로 대출을 강화했다. 재건축 분양 요건으로 거주 의무를 부과하고, 대출과 세제를 활용해 법인 투기를 어렵게 했다. 여기에 더해 서울 잠실 MICE 개발사업과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등 개발호재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추진한다.
경기·인천·대전·청주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기존 조정대상지역 중에는 성남수정·수원·안양, 화성동탄2 등 경기 10개 지역, 인천 연수·남동·서구, 대전 동·중·서·유성이 추가 지정됐다. 청주는 방사광가속기 유치로 개발호재가 발표되면서 단기간에 급등했다. 이 지역 법인매수가 12%나 됐다. 대전은 비규제지역 풍선효과로 지난 1년간 누적상승률이 11.50%에 이른다.
정부는 대출을 발판으로 한 갭투자가 부동산 과열을 부추겼다고 판단하고 대출 요건을 강화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구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6개월 내 전입해야 한다. 1주택자는 6개월 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전입하는 것이 의무다. 개인과 법인을 가리지 않고 모든 지역 주택 매매·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된다. 전산개발 및 준비 등을 감안해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전세대출도 조인다. 12.16대책에서는 시가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는 등 전세대출을 발판으로 한 고가 주택 갭투자를 막고자 했다. 이번에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3억원 초과 아파트로 범위를 확대했다. 이 지역 내 3억원 초과 주택을 구매하면 전세대출보증이 제한돼 대출을 사실상 받기 힘들어진다. 전세대출을 받은 후 3억원 초과 주택을 구매하면 기존에 받았던 전세대출은 즉시 회수된다.
재건축은 안전진단을 강화하고 거주의무를 부여한다. 주민이 압력을 행사하기 어렵도록 안전진단 기관 선정 주체를 시·군·구에서 시·도로 변경한다.
그동안 거주여부와 관계없이 소유자에게 조합원 자격요건이 부여됐으나 앞으로는 2년 이상 거주해야 분양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연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한 후 최초 조합설립인가 신청사업부터 적용된다. 재건축부담금도 하반기부터 본격 징수한다. 강남 단지들은 조합원 1인당 2억 1000만~7억1000만원 규모의 부담금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법인을 활용한 투기수요 근절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내년부터 법인 보유주택에 대해서는 개인에 대한 세율 중 최고 세율을 적용하고 종합부동산세 공제도 폐지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늘어난 유동성이 주택시장에 대한 투기수요로 연결되지 않도록 불안요인을 해소하고, 실수요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택시장 과열요인을 차단하는 조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대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갭투자를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서민의 '내 집 마련'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갭투자를 한 후 내 집을 마련하는 수순으로 밟아가던 '사다리'가 없어진 셈이다.
직방은 이번 발표에 대해 “미국의 저금리현상이 이어지고 대규모 3차 추경과 3기신도시 토지보상자금 유입 등 부동자금이 만만치 않게 풀릴 전망이다.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을 원천봉쇄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집값 조정까지 기대하긴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과도한 수요억제책으로 인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위축될 수 있다.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위한 대체투자처 발굴과 어렵더라도 도심지역의 꾸준한 주택공급을 통한 정비사업의 공급방향 모색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