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규제' 논란…게임위 '불법 유통' 뒷짐

커뮤니티 중심 이용자 반발 거세자
"제한·차단 논의 사항 없다" 진화 나서
국내 게임사와의 역차별 문제 대두
국회, 질의 예고…법 개정 움직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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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물관리위원회 전경

불법 게임물 유통을 막아야 할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스팀 유통 게임 제재는 논의한 게 없다고 밝혀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규제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이용자 반발에 한 걸음 물러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는 게임위를 불러 관련 질의를 할 예정이다.

게임위는 이달 초 스팀 운영사 밸브를 통해 국내에서 활발히 유통되고 있는 PC게임 30여개에 등급 분류를 받도록 안내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불법 게임물이 된다'고 설명했다.

스팀은 독보적인 글로벌 PC게임 유통 플랫폼이다. 스팀을 통해 국내에 유통되는 해외 PC 게임이 등급 분류를 받지 않아 문제로 지적돼 왔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 게임이 걸러지지 않은 것이다.

게임위는 해외 게임사가 해외에서 직접 등급 분류를 신청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했다. 집행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내 사업자와의 역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전기로 인식됐다.

그러나 게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용자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본인이 즐기는 게임을 즐길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 스팀 충성 이용자가 많다는 점, 과거부터 쌓여 온 게임 규제 불만 등이 뒤섞였다.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등장, 5만명 가까운 이용자가 동의했다.

이재홍 게임위 위원장은 8일 “등급분류제도를 안내했을 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물의 지역 제한이나 차단과 관련해서는 논의된 사항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국내법을 준수하도록 독려했지만 제재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게임위가 마땅히 해야 할 조치를 이용자 불만에 단순 논의 사항으로 취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불거졌다.

게임위 설립 목적 가운데 하나는 불법게임물 유통 방지다. 게임 제작업 또는 게임 배급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자가 영리 목적으로 제작하거나 배급한 게임물은 불법이다.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개정이 예정된 게임법 초안 역시 같은 내용을 담았다. 게임위는 불법게임물의 국내 유통을 거부하거나 퇴출 제재를 취할 수 있다. 호스팅 업체에 사이트 차단 요청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게임위는 불법 행위 대처를 계도나 협의로 국한했다. 해외 게임사를 제재하지 않는다면 국내 게임사와의 역차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일련의 사태에 국회는 게임위에 보고를 요구했다. 밸브 측과 협의 관련 내용·계획 등 답변을 들을 예정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행 등급분류제도의 개선 주장이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도는 본래 취지와 다르게 국내외 사업자 역차별, 중복 규제, 창작과 표현 제약 등 문제를 낳았다. 게임 산업 성장 잠재력 훼손 우려도 커진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도 개선을 위한 법 개정안 초안을 작성하는 등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이정운 구글코리아 변호사는 2월에 열린 게임법 개정 토론회에서 “한국 게임 산업의 특수성이 고려된 게임법은 국제적 보편성이 없어서 해외 사업자에 강제하기 어렵다”면서 “게임 제작, 배급, 온라인게임 제공 사업에 대해 인허가제도 폐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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