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에서 코로나 시집 바람의 귀 출판기념회...문학공간 '시인다방' 재소환

'시인다방'은 30여년전 대구 중심가에 있었다. 요즘말로 북카페 같은 곳이다. 당시 시인다방에는 시집과 문학서적이 빼곡이 채워져 있었다.

작은 도서관 같은 이곳엔 무대도 있었다. 문인수, 이하석, 장정일, 이인화, 장옥관, 엄원태 등 유명 작가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커피도 마시고 문학이야기도 나눴다. 시낭송회, 미술전시, 음악공연이 수시로 열려 당시 꽤 매력넘치는 문학 예술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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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 시인다방이 마련한 최영시인의 바람의 귀출판기념회 모습

시인다방에 대한 깊은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 지난 5일 대구 동산동 청라언덕에 모였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로 시작되는 가곡 '동무생각'에 나오는 언덕이 바로 이곳이다. 대구의 몽마르트로 불리는 곳이다.

이날 청라언덕 한쪽 모퉁이에 자리한 영화카페 김중기의 필름통에서 최근 코로나19 시집으로 불리며 대구지역 문단에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최영 시인의 첫 시집 '바람의 귀'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최영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이들과 시인, 그리고 시인다방과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 50여명이 참석했다.

출판기념회는 김용락 시인 문하에서 최영 시인과 시창작 수업을 함께 한 '삶과문학'과 시집을 출판한 '문예미학사'가 마련했다. '대구경북작가회의'와 '30년전 시인다방' 주관으로 패널토론과 시낭송이 이어졌다. 시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시간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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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 시인다방이 마련한 최영시인의 바람의 귀출판기념회 모습

공식적으로론 '바람의 귀' 출판기념회이자 재판사은회지만 30년전 시인다방(대표 박상봉)이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시인다방의 본격적인 부활을 알리는 자리기도 했다. 어쩌면 '바람의 귀'가 오랜 시간 가슴속에 묻어둔 시인다방의 추억을 소환하고, 다시 숨을 불어넣어준 역할을 했는 것 같다.

시인다방은 80년중반부터 90년초반까지 대구문학의 황금기를 누린 문화공간으로 기억된다. 매주 금요일마다 시인과 독자의 만남이 마련됐고, 주옥같은 시인들이 독자와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공간을 처음 만든 이는 박상봉 시인이다.

박상봉 시인은 “대구문학의 르네상스를 일으킨 시인다방의 문학적 성과를 오늘에 되살려 최근 침체된 분위기를 다시 한번 일으켜 보겠다는 생각에 30년전 시인다방을 새롭게 개설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심강우 시인은 “그 옛날 시인다방은 처마와 같은 존재였다. 비가 긋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엄혹한 시절, 돌아보면 다들 어깨 후줄근히 젖어 있었죠. 자주 처마 아래 서서 별이 돋기를 기다렸던 한 사람으로서 감회가 새롭다”고 회상했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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