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구조조정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점포 재개발 사업도 늘고 있다. 특히 매물 대다수를 부동산 개발업체가 매입하면서 폐점 부지에 아파트와 주상복합 같은 주거시설이 잇달아 들어서는 추세다.
대형마트 입장에선 우수한 입지 경쟁력을 활용해 더 많은 매각 수익을 챙길 수 있지만, 고용 불안을 우려한 직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3일 홈플러스노동조합은 서울 광화문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안산·둔산·대구점 3개 매장에 대한 사측의 자산 유동화 시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기존의 매각 후 재임대(세일 앤 리스백) 방식이 아닌 폐점 후 부동산 개발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발이 거세다.
이에 홈플러스는 정규직으로 전환한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은 반드시 보장하겠다고 해명했지만, 오프라인 유통업 침체 속에 유동성 확보를 위한 매각 추진은 경영상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온라인에 치이고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형마트의 경우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실제로 높은 용적률과 입지 경쟁력을 갖춘 대형마트 점포를 주거시설로 바꾸는 용도변경(컨버전)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대형마트의 경우 핵심 생활권에 위치한데다 부지가 넓어 개발 잠재력 측면에서 부동산 디벨로퍼들이 눈독 들이는 매물이다.
대형마트 입장에서도 더 많은 매각 대금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개발이익 배분 방식을 고려하면 알짜 매장이라도 매물화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2018년 말 폐점한 부천중동점 부지에는 1000실 규모의 대규모 오피스텔이 들어서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장사가 잘된다면 노후 점포라도 리모델링해 영업을 유지하겠지만 유통 업황이 하락세로 기운 지금은 폐점을 하고 부동산으로 돌리는 게 유리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두 업체의 경우 그룹 내 대형 건설사를 보유한 만큼, 폐점 부지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2017년 폐점한 이마트 울산 학성점 부지에 들어선 아파트 '빌리브 울산'은 이미 분양을 마쳤다. 이 아파트는 이마트 계열사 신세계건설이 시공과 임대운영을 맡았다.
이 외에도 이마트 부평점은 주상복합으로 변신했고, 이마트 대구 시지점 부지에는 지상 46층 규모의 주거용 오피스텔이 들어섰다. 지난해 문 닫은 이마트 덕이점 부지에도 지역 주택조합 아파트가 추진 중이다.
롯데쇼핑은 임차 매장이던 롯데마트 수지점을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되사들여 부동산 개발에 나섰다. 아파트 분양 사업의 시공은 롯데건설이 맡았다. 롯데의 경우 200여개 점포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만큼, 향후 자가 점포 매각 과정에서 부동산 개발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트를 찾는 고객은 갈수록 줄고 있지만 마트가 위치한 부지에 대한 상업적 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유통 대기업 대부분이 부동산 개발을 포함해 폐점 점포에 대한 활용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