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개미들이 원유로 몰렸다.'

최근 금융 당국이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상품에 규제의 칼을 꺼내 들었지만 투자 열기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괴리율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종목들은 거래 정지와 거래 재개를 반복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유가 상승을 기대하고 자금을 쏟아부은 투자자는 감히 손절매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초반 예상과 달리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번지면서 증시가 출렁였고, 이 과정에서 생산과 경제 활동이 위축되자 원유 수요가 급감해 가격이 폭락했다.

이 때문에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변동 폭의 3배수로 추종하는 미국 ETN 상품은 3월 말에 조기 청산이 결정되고 4월 초에 최종 청산되기도 했다. 원유 가격이 폭락하면서 10달러대 초·중반이던 주가가 소수점으로까지 떨어진 이른바 '페니(동전)주'가 된 것이 주효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원유 선물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이렇다 할 사전 대책이 없었다. 원유 선물 상품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가격 상승 기대감으로만 뛰어든 투자자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ETF·ETN 정상화 대책을 오는 7월부터 점진 시행할 계획이다. 시행 전까지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와 투자자는 거래 재개와 거래 정지가 반복되는 상황을 계속 겪을 수밖에 없다.

아쉬운 것은 이 같은 현상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016년에도 해외에서 유가 관련 ETN 상품이 대거 상장 폐지됐다. 당시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아지는 콘탱고 현상이 상장 폐지 원인으로 작용했다. 해외 상황을 보며 국내에서도 사전 대책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잇달은 경고에도 투기성 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금융 당국이 조기 청산을 허용키로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대책이 나오기 전부터 금융 당국과 증권사 간 조기 청산에 따른 투자자 피해 책임을 두고 눈치싸움은 벌어졌다. 이미 삼성자산운용은 투자자들이 임의로 월물을 교체했다는 점에 항의하며 소송전을 시작했다. 금융 당국과의 사전 조율이 있었지만 투자자 설득에는 부족했다.

큰 수익을 노리고 뛰어든 투기성 자금에도 분명 문제는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투자자 유입을 저지할 강력한 방안이 없는 환경을 감안하면 마냥 투자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는 무리로 보인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대책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