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유통·서비스 최적화...제조업 위기 대처
삼성 'SCM 일일 결정' 한 시간 단위로 측정
자체 구축 역부족 中企 '클라우드 SCM' 대안
향후 공급망 '회복력' 확보가 핵심 요소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공급망관리(SCM) 우선순위 변화글로벌 클라우드 공급망관리(SCM) 시장 전망코로나19가 공급망관리(SCM)에 끼친 영향 코로나19가 경제 혈관을 조이는 가운데 공급망관리(SCM) 중요성이 커진다. 팬데믹 사태로 인해 국가 간 이동 통제,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인 제조업 마비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위기에 대비해 SCM 시스템을 갖춘 기업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이점을 누렸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SCM은 부품 제공업체로부터 생산업체, 유통업체,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이르는 물류 흐름을 공급망 관점에서 파악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개별 단위 최적화를 넘어 공급망 구성요소 간 흐름을 고려해 전체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려는 전략이다.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때 전달하려면 SCM이 필수다.
코로나19 사태가 심화하면서 SCM 전략을 수정하는 기업이 속속 나타났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애플은 재고를 최소화하는 기존 적시생산(저스트인타임·JIT) 체계가 코로나19 같은 상황에선 유효하지 않다는 교훈을 얻었다. 애플은 중국에 집중했던 공급망을 중국 외 국가로 확대, 분산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가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자사 공급망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기업은 57.4%, 아직 영향이 없지만 곧 있을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27.8%로 집계됐다. 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은 코로나19가 공급망에 끼친 영향을 인정한 셈이다.
◇중소기업 위기, 클라우드 기반 SCM으로 대응 가능
국내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SCM 고도화가 진행됐다. 선두기업에는 삼성전자가 꼽힌다. 삼성은 2000년 초부터 SCM 최적화에 집중했다. SCM 혁신을 주도한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에는 SCM과 의사결정 프로세스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SCM 일일 결정 체제를 도입해 시장 변화에 즉시 대처하도록 만들었다. 부품 공급과 제품 수요를 한 시간 단위로 측정하는 SCM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한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팬데믹 사태는 SCM 시스템과 체계가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에 더 큰 위기로 다가왔다. 자체 SCM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거나 위기 상황에서 SCM을 활용해본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대체 공급사 확보, 대비 계획 등이 대기업에 비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체 공급망에 대한 가시성도 매우 낮다.
현재 시점에선 클라우드 기반 SCM을 활용하는 것이 대안으로 지목된다. 국내 SCM 전문 기업인 엠로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중견·중소기업은 클라우드를 통해 구매 분야 SCM을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기반 SCM을 도입하면 자동차, 전자, 철강, 화학, 유통, 금융 등 다양한 대기업 구매 시스템 노하우를 집약적으로, 단기간에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비스형 SCM을 의미하는 'SCMaaS'가 최근 이목을 끄는 이유다. SCM은 시스템으로 관리된다. 하루 아침에 구축하기 어렵다. 하지만 클라우드 기반 SCM에는 대기업이 장기간 구축해온 SCM 사례와 구매 시스템 노하우가 모여 있다. 중소기업은 클라우드를 통해 SCM 시스템을 빠르게 마련,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클라우드 기반 SCM은 시공간 제약 없이 공급업체와 수요업체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SCM은 단순히 수급을 관리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제품과 서비스 출시 기간 단축, 고객 서비스 향상에도 이점이 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기업은 운영 비용 절감 때문만이 아니라 점차 제품과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SCM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용 측면을 넘어 혁신을 위해서도 SCM은 더욱 중요해진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클라우드 SCM 시장이 2016년 32억6000만달러에서 2021년 80억7000만달러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19.8%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 공급망 '회복력'이 관건
미래 SCM 핵심은 '회복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IBM은 최근 온라인에서 열린 'IBM 씽크 디지털 2020' 콘퍼런스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공급망 회복력(리질리언시)이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팬데믹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신속하게 대응할 수는 있다는 것. 기업은 팬데믹이 수요와 공급에 끼치는 영향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대책을 갖추는 회복력이 필수다.
IBM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는 수요, 공급, 인프라, 규제, 노동력 등 다섯 가지 분야에 모두 영향을 끼쳤다”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업이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주요 공급업체뿐만 아니라 티어2, 티어3 공급업체까지 살피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공급망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하면서 급변하는 고객 수요를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