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부담 없이 자유로운 연구 보장
대국민·각계 전문가 아이디어 수렴
10개 테마 선정해 올해 118억원 투자
# 고대 그리스 문명권에서 중세 유럽까지 유행한 '연금술'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질을 '금'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연금술사(알키미스트)'들은 금을 만들기 위해 여러 물질을 혼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화학 물질을 발견했다. 연금에는 실패했지만, 서로 다른 두 개 이상 물질로 완전히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같은 도전적 노력은 현대 화학의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지난해부터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반드시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이 컸던 기존 연구개발(R&D) 방식에서 벗어나 혁신적 기술 개발을 장려하고 지원한다. 연금술사들이 현대 화학 근간을 마련한 것처럼 R&D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새 시장과 혁신적 기술이 파생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 핵심이다. 상식을 뒤집으면서도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자유로운 연구 기반이 보장되는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향후 10~20년 내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를 찾기 위한 사업”라면서 “강력한 파급력을 가진 도전적·혁신적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작년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에서 △자동차 △로봇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향상 4개 분야 산업 난제를 해결하는 과제를 선정했다. 프로젝트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토너먼트형 R&D도 도입했다. 복수 기관과 기업이 선행 연구에 나서도 본 연구에는 한 곳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다양한 창의적인 방법론을 끌어내 혁신 연구 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올해 한정된 분야별 R&D에서 세부 과제를 도출한 작년과 달리 오롯이 '알키미스트'만을 위한 사업을 신설했다. 경쟁형 연구와 중장기·대규모 지원이라는 알키미스트 사업 뼈대를 유지하는 한편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데 총력을 쏟는다. 총 10개 주제에 각각 6개 안팎 과제를 선정, 118억원 예산을 투입한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의 10개 핵심 테마를 선정하는 '그랜드챌린지위원회'의 색다른 구성도 주목받고 있다. 기술 전문가로만 꾸려졌던 작년과 달리 2기에서는 공상과학(SF) 영화·소설을 비롯해 미래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인간이 추구하는 미래 사회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다방면의 시각에서 도출하기 위해서다.
위원회는 작년 말부터 진행한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전, 기술수요조사, SF 영화·소설 분석자료 및 전문가 분석자료 등 750여건 아이디어들을 종합 검토하는 한편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최종 테마를 도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연구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 방식을 개선했다”면서 “연구자들이 도전에 대한 부담 없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 현대판 알키미스트가 탄생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