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미 한 차례 납부기한을 유예했던 석유수입·판매부과금을 추가로 유예할지 주목된다. 최근 정유업계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석유수입·판매부과금 납부 유예를 연장해달라는 정유업계 요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유) 업계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업계와 적극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 장관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현재 정유업계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정유업계는 수익이 곤두박질쳤다. 통상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제품 수요가 늘어 정유사 정제마진이 늘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수요가 급감했다.
정유사 수익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은 지난 3월 셋 째주부터 4월 넷 째주까지 6주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원유를 정제해 만든 석유제품이 원유보다 싸다는 의미로, 정유사 손실은 기간 만큼 누적된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인식, 지난달 7일 3개월분(4~6월) 석유수입·판매부과금 징수를 90일간 유예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이를 추가 연장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워낙 천문학적 규모 손실 탓에 여느 때보다 정유업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사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등에 근거, 원유 리터당 16원씩 부과되는 석유수입부과금을 전액 현금 납부한다. 이들 정유사들이 작년에 낸 것만 총 1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비해 정유 업황은 개선될 기미가 없다. 코로나19는 여전히 확산일로에 있고 국제유가 변동성은 크다. 전망이 시계 제로라는 얘기다.
정유사들은 올해 1분기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지난달 27일 정유 4사 가운데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은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이 회사보다 덩치가 큰 다른 정유사 손실폭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는 정유사 전체 1분기 영업손실을 애초 2조원 안팎에서 4조원대까지 올려 잡았다. 비상 상황인 정유업계가 석유수입·판매부과금 추가 납부 유예를 절실히 생각하는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정유업계와 간담회 등 지속 소통하고 있다”면서 “정유업황과 국제 석유 시장 등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에 추가 필요 조치들을 지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