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 한마디는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이어졌고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사회안전망 확대 정책이 뒤따랐다.
이들 정책에도 문재인 정부 3년 간 고용지표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었던 가운데 올해 '코로나19'란 복병까지 더해져 비상등이 켜졌다.
코로나19로 인해 고용상황은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3월 1인 이상 사업장 종사자가 22만5000명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처음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 2월 말만 해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만3000명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본격화된 셈이다. 코로나19 영향이 이어진 4월 고용지표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고용지표 외에 경제지표도 3월부터 하락세가 심화됐다. 통계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3%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이 4.4% 줄어들면서 2000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같은 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전산업 업황BSI는 51로 전월대비 3포이트(P) 하락하며 역대 최저점인 2008년 12월과 같았다.
5월 체감경기 전망 역시 좋지 않다. 전산업 업황 전망BSI는 3P 하락한 50으로 2009년 1월(49) 이후 11년4개월 만에 가장 낮다.
실제 3월 수출은 469억달러로 전년대비 0.2% 줄어든 데 이어 지난 4월 20일 기준 4월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26.9% 감소했다. 조업일수 등을 감안한 일평균 수출도 16.8% 뒷걸음질쳤다.
수출과 소비가 줄면서 기업 상황도 나빠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주52시간제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압박을 기존에 쌓은 이익으로 감당했지만 코로나19로 이를 감당할 여력이 사라지고 있다.
정부는 6월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활용해 고용하방 압력을 최소화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최저임금, 주52시간 등 노동친화 정책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는 이와 관련해 유연한 고용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은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간담회에서 노동·환경 규제를 1~2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과 주52시간 근무제 보완 법안 개정 등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한 제조업체 대표는 “그간 주52시간제 여파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이전에 쌓은 이익으로 버텨왔다”며 “고용유지를 위해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버틸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고용이 유지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