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8〉NBA와 클라우드·AI: 어색하지만 멋진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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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미디어 산업에서 기술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미디어 산업의 본질을 논할 때마다 필자는 본질 가운데 하나를 '테크놀로지 드리븐 인더스트리'(technology driven industry)라고 정의한다. 특히 미디어 디지털화에서 기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5세대(5G) 이동통신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이 모든 분야에서 선도 역할을 하겠지만 미디어 산업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전 아날로그 시대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코로나19가 전 세계 모든 산업을 정지시키고 전무후무한 타격을 가하는 와중에 스포츠 산업도 타격을 받은 산업 가운데 하나일 듯하다. 스포츠야말로 관중과 호흡해야 하는 분야로, 전체 일정이 중지된 것은 물론 이후 경기가 개시되더라도 상당 기간 무관중 경기로 시작할 듯하다. 관중이 없는 스포츠 경기를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 시점에 미국 프로농구 NBA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MS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을 통해 이용자를 직접 만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프로농구와 정보통신기술(ICT)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가 어색한 조우를 했지만 협력을 통해 관중에게 또 시청자에게 멋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NBA는 MS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를 기반으로 AI를 이용, 개인화된 라이브 게임을 중계한다. 다양한 콘텐츠를 OTT로 제공할 예정이다. NBA 팬이 경기장에 있든지 세계 어느 곳에 있든지 경기 생중계 관련 콘텐츠에 몰입할 수 있도록 고객맞춤형 콘텐츠를 생산한다.

MS AI 기술은 NBA OTT 플랫폼으로 하여금 NBA팬이 좋아하는 것을 학습화를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게 도와준다. 예를 들어 특정 선수의 팬이 NBA 게임을 시청할 때 그 선수가 어떤 기록을 경신하면 이전 기록을 수립한 선수 영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NBA OTT 플랫폼의 주요 특성 가운데 하나는 실시간 통계, 다양한 오디오와 영상, 상세한 게임정보를 포함한 차세대 중계를 제공하는 것이다. 나아가 입장권 구매나 NBA 상품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포함한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를 통합시키는 것 역시 재미를 배가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 산업에 주로 사용하는 포인트제도도 도입, 팬들이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에 AI를 접목시킨 게 NBA가 처음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미국 테니스협회가 주관하는 US 오픈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해 게임에서 관중 호응도, 선수 액션 등을 토대로 동시에 벌어지는 여러 경기 하이라이트를 제공해 관중 입장에서 한 경기만 관람할 수밖에 없는 아쉬움을 풀어 준 사례도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미디어의 치열한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이긴 하지만 우리 주위에 있는 콘텐츠를 기술과 접목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 지 등 시청자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우리에게도 인기 있는 스포츠 경기가 있고 나름 재미있는 콘텐츠도 있기에 접근하는 관점에 따라, 접목하는 기술에 따라 어색하지만 멋진 만남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코로나19로 모든 세상이 정지돼 있는 듯 하지만 새로운 물결이 밀려오고 있고, 물 위에 우아하게 있기 위해 물밑에서는 열심히 발을 젓고 있는 백조처럼 물밑의 엄청난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새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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