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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손님도 없이 텅 빈 가게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점주들이 많다. 아무 손님도 없는 가게에 이들이 혼자 앉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라리 가게 문을 닫고 집에서 쉬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식당 주인이 손님이 아무리 없다 하더라도 영업을 계속해야 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가변비용과 고정비용을 비교해 봐야 한다. 식당은 고정비용이 많이 드는 업종이다. 식당 임대료, 주방용품, 종업원 등은 영업 수준과 관계없이 일정 비용이 지속적으로 지출되어야 하는 항목이다. 다시 말해 이러한 항목은 고정비용이며, 이러한 고정비용은 손님이 적어 그날 가게 문을 닫는다 하더라도 계속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다.
하지만 가변비용은 다르다. 가변비용은 영업 정도에 따라 비례해서 부과되는 비용으로 식자재와 전기료, 수도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식당 주인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 가변비용과 매상의 크기다. 손님이 적다하더라도 추가로 가변비용을 투여해 손님을 받았을 때 해당 비용보다 매상이 더 크다면 아무리 적은 손님이다 하더라도 가게 문을 계속 열어야 한다. 그래야 손실 폭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많은 기업 현장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일견 손해인 듯싶어도 계속해서 영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항공사도 이 중 하나다. 텅 빈 비행기로 비행해봐야 비행기 수리비용, 활주로 이용비, 승무원 인건비 등은 어차피 회수하지 못한다. 파격적인 할인을 해서라도 한 명이라도 승객을 더 태우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다. 승객 한 명 추가된다고 해서 비행기 연료비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도 아니며, 승객에게 추가로 제공하는 서비스 역시 기내식과 음료수 정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승객에게 투여되는 한계비용을 초과하는 수준의 비행기표 값을 받을 경우 해당 항공사는 이득을 보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과 유럽의 일부 항공사들은 일부 노선에 대해서는 비행기 표를 공짜로 제공하기도 한다.
유럽 저가 항공사 중 하나인 영국의 라이언에어가 바로 그곳이다. 라이언에어는 2007년에 대대적으로 100만 좌석 무료 행사를 벌여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지금도 세금 10파운드만 내면 항공료는 무료인 행사를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언에어는 2000년 이후 꾸준히 10% 중반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그 비법은 무엇일까? 라이언에어에서 운행하는 모든 비행기가 공짜는 아니다. 그들이 공짜 티켓으로 제공한 것은 주로 주중이나 심야에 운행되는 비행기다. 인기 시간대가 아닌 시간대에 운행되는 비행기 표를 공짜로 제공해 주는 프로모션을 통해서 무명의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이는 막대한 자금을 투여해야 거둘 수 있었던 엄청난 홍보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라이언에어 수익은 비금전적인 홍보효과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라이언에어가 배포하는 공짜 티켓은 주중이나 심야와 같은 비인기 시간대에 국한된 티켓이지 주말이나 인기 시간대에는 원래 가격대로 운행했다. 또한 비인기 시간대에 텅 빈 비행기 운행에서 오는 손실은 공짜 티켓을 배포하여 줄여가는 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텅 빈 비행기 운항을 막기 위한 라이언에어의 노력이 표를 공짜로 나눠주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한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라이언에어는 공짜 티켓으로 탑승한 승객들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수익모델을 구축했다. 라이언에어는 항공권 자체는 공짜이지만 기내에 수화물을 갖고 탑승할 경우 소액의 요금을 청구했다. 기내에서 제공하는 음료수 내지 기내식도 유료로 전환했다. 급한 용무가 있어 우선 탑승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요금을 청구했다. 창가 자리와 같이 특정 자리를 지정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소정의 금액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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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