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 부지 선정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 간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건설에만 1조원이 투입되고 9000개 일자리 창출이 예상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지자체는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통해 경쟁력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로 간주하고 있다.
전라남도는 방사광가속기 분산배치를 통해 국가 과학기술 역량을 제고하는 게 방사광가속기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전국 생활권이 2시간 이내임을 감안, 수도권 중심 접근성보다 균형발전이 중요한 고려 요소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재난·재해 등 위험요소를 고려할 때 시설 안전성 측면에서도 국가 중심시설을 전국에 골고루 분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스웨덴, 일본, 독일 등 해외에서도 지역 균형 발전과 시설 안전성을 최우선가치로 방사광가속기 등 국가연구시설을 구축했다.
전남은 초대형 연구시설 숫자에서 열세다. 국내 초대형 연구시설은 충청권에 4곳, 영남권에 3곳, 수도권에 2곳이 있지만, 전남 등 호남권엔 없다. 연구 수요 분산, 국토 균형 발전 등을 고려할 때 당위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전남은 설립 예정인 한전공대 인근에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이 포함된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방사광가속기와 한전공대와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효과 창출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남은 한전공대를 비롯해 에너지기업이 포진한 나주에서 방사광가속기 운영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광주·전남 에너지밸리에는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과 430개의 에너지기업과 관련 기관(8곳)이 집적해 있다. 에너지융복합산단 지정, 에너지신산업 규제자유특구 지정 등 에너지신산업 육성 기반도 갖춰지고 있다.
세계 최초로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한 스웨덴 MAX4에 따르면 에너지 관련 연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남은 방사광가속기를 기반으로 세계적 에너지 신산업 클러스터를 구축, 확장해 나간다는 활용 전략을 수립했다.
한전공대는 제2의 포스텍으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남대, 전북대 등 호남권 대학과 방사광가속기를 연계해 호남권의 첨단 연구역량을 높이고 미래 핵심기술을 선점해 나간다는 목표다.
에너지 신산업뿐만 아니라 광주의 인공지능(AI)·미래형자동차, 전북의 농업바이오·탄소산업, 전남의 의료 바이오산업 등 호남권 핵심산업 경쟁력이 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에너지신산업부터 바이오, e-모빌리티, 드론 등 4차산업혁명 주력 산업 구조로 체질을 개선, '블루 이코노미'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부지 안정성과 관련해 연구소, 클러스터 부지가 화강암반 지역으로 가속기 구축에 필수인 안정적 지반을 갖추고 있고 정주환경 또한 우수하다고 보고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구축으로 호남의 판이 바뀔 것”이라며 “방사광가속기를 통해 뒤처진 과학기술 역량을 높이고 벤처창업과 기업유치를 활성화해 미래 신성장 산업 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방사광가속기는 초정밀 거대 현미경이다. 빛의 속도로 전자를 가속해 회전시킬 때 나오는 방사광을 얻어 물질의 기본입자를 관찰한다. 신소재·반도체 등 에너지 분야부터 생명공학 등 기초과학 연구까지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마이크로 로봇 제작 등 첨단과학 산업에도 필수다.
현재 포항에 위치한 3·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산업, 연구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다. 사용자 대기 기간이 6개월을 넘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