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존중 시대, 커스터마이징 시대에 살고 있다. 개인의 취향을 뜻하는 '개취'와 싫음도 존중하자는 '싫존주의'를 중시하는 '나나나 세대'(미 미 미 제너레이션)가 우리 세대의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커스터마이징이 기업의 핵심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개인의 가치와 취향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고, 젊은 세대 위주로 개인주의 성향이 점차 짙어지면서 소비 트렌드도 달라지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는 열 가지 소비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초개인화'이다. 타인이 원하는 기준을 따르지 않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사람이 늘면서 2020년 한 해 동안 고객 개개인의 내면(인사이드) 욕구가 소비를 결정하는 데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980~2000년대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는 좋아하는 한정판 캐릭터 상품이 출시되면 아침부터 줄을 서서 구매하는 것은 물론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소비를 망설이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취향에 따라 적극 소비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그와 관련된 것에 과감히 투자한다. 단지 싼 가격이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만을 추구하지 않으며, 다소 비싼 가격도 나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서라면 과감히 지갑을 연다.
이제 기업은 모든 개인을 구체화하고 더 자세하게 접근해서 회사가 개별 소비자에게 얼마나 세심하게 맞출 수 있는지 신경 써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인쇄업계도 이와 같은 변화를 인식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이 비즈니스와 생활 속에 정착됨에 따라 대량 출력에 대한 수요는 점차 줄고 다품종 소량 인쇄, 개인화된 맞춤형 인쇄 비중이 높아지게 됐다. 인쇄업계는 전통 문서 인쇄 시장을 넘어 좀 더 다양한 범위에서 맞춤형 인쇄 시장 기회를 타진하고 있다.
필자가 속한 회사도 기존 문서 인쇄 시장을 넘어 개인화 트렌드 및 맞춤 제작을 위한 프린팅 제품 수요를 반영, '디지털 스크린 제판기'라는 새로운 분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나나나 세대는 자신이 소비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곧 자신을 드러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성이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브랜드를 선호한다. 비슷한 제품이 쏟아지는 공급과잉 시대에서 차별화된 나만의 것을 갖고자 하는 소비자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기업이 이 같은 새로운 소비 문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나만의 식단' '나만의 화장품' '나만의 운동화' '개인 선호에 맞춘 자산운용 서비스' 등 고객군별로 세밀하게 설계된 상품과 서비스가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인쇄업계도 다품종 소량생산 트렌드와 맞춤형 개인화 열풍에 맞춰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며 또 다른 시장 기회를 만들어야 할 때다.
'맞춤'과 '정보기술(IT)' 두 단어가 미래 제조 분야 키워드가 되고 있다. 커스터마이징은 인쇄 시장의 침체된 분위기를 타개할 '불황 속 블루칩'으로 떠오르며 소비자와의 교감을 완성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의성 리소코리아 부사장 escho@riso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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