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고용유지를 돕기 위해 정부가 운용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가 일부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상공인들의 활용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소상공인 24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용유지지원금 활용실태' 조사에서 조사대상 3곳 중 1곳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거나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19일 밝혔다.
반면 29.8%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몰라서 신청을 못했다'고 답했고, '지원금 신청을 검토했으나 포기했다'는 기업도 13.8%로 나타났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거나 신청하려는 소상공인들도 지원금 제도의 복잡한 준비 절차와 엄격한 요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기업 중 79.5%는 '지원금 제도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애로를 겪었다'고 답했고, '제도가 불필요하다'거나 '활용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고 답한 기업은 20.5%였다.
활용애로 요인으로는 '준비절차에 대한 어려움'(46.4%)이 가장 많았다. 이어 '엄격한 지원요건'(20.6%), '부족한 지원수준'(18.7%), '고용유지 조치 후 지원금 사후수령'(12.4%), '운영의 경직성'(6.7%) 순이었다.
대한상의는 소상공인이 고용유지제도 활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수준을 일부 확대했지만 코로나19라는 비상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평가했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기업이 1514건이었던 반면, 올해의 경우 지난 4월 14일까지 신청한 기업이 5만53건에 달해 지난해 전체의 33배를 초과했다. 신청건수가 평소보다 100배 이상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류를 건건이 심사하는 절차를 유지하면서 행정부담은 부담대로, 기업불만은 불만대로 누적되는 실정이다. 또 정부 예산이 아닌 기업이 조성한 고용보험기금에서 집행되고 있어 규모에 제약이 있는 고용보험기금을 무제한 투입하는 것도 어렵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규모를 당초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렸다고는 하지만, 3월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인원이 43만명임을 감안하면 1달이면 모두 소진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한상의는 기업의 고용유지 부담을 줄이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사업주가 지급하는 휴업수당은 대·중소기업 모두에 100% 보전해 줄 필요가 있다. 1일 지원한도는 현행 6.6만원에서 7만원 정도까지 상향하되 향후 추가로 소요되는 금액은 정부 예산으로 충당해 줄 것을 주문했다.
행정절차 신속화도 필요하다. 예산이 많이 배정돼도 실제 지원되는 파이프 라인이 막혀 있으면 효과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원금 신청서류는 기본적인 사항만 남기고 대폭 폐지하고, 지급 방법도 '선지급 후정산' 시스템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눈여겨 볼만하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에 기업의 고용유지를 지원하기 위해 428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대출해 주고, 이를 근로자 급여에 사용하면 해당 금액은 탕감하고 나머지만 추후 상환하는 제도다. 세세한 서류가 필요없고, 자금을 미리 대출해 줘 선지급 부담도 없다.
전인식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고용불안이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으려면 고용유지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도 큰 문제”라면서 “기업의 고민과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제도 및 운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