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생산·유통·소비 패턴을 바꾸는 '언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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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초기엔 마스크나 손소독제 등을 사기 위해 유입된 중장년층 고객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식료품을 구매하려는 5060세대 고객이 다수입니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

#“직장생활과 가사를 병행하느라 식료품 구입은 주로 온라인으로 해왔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나온 이후부터는 거의 모든 생필품을 온라인에서 삽니다. 다양한 e커머스 앱을 깔아 특가상품을 주로 구입합니다.” -40대 직장인

코로나19가 우리사회에 던진 '언택트' 화두는 생산과 유통,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앞서 소비자들은 외출과 대면 접촉을 줄였다. 생필품 및 식료품 구매까지 온라인쇼핑으로 바꾸면서 유통 소비 패턴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확산하기 시작한 2월 전자상거래 월별 거래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24.5% 증가한 11조9618억원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살펴봐도 온라인 매출액은 전년 대비 34.2% 늘었고, 오프라인은 7.5% 줄었다.

e커머스 업계 매출은 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이베이코리아는 2019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7% 성장한 615억원, 매출(수수료 기준)은 12% 증가한 1조954억원을 기록했다. 쿠팡은 전년대비 64% 증가한 7조1000억원대로 마트 '빅3'인 롯데마트를 추월했다. 영업손실도 1조원대에서 7000억원으로 줄어들면서 흑자전환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11번가는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위메프는 거래액 6조원을 돌파하며 20% 가까운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런 상향 곡선 기울기는 코로나 사태 이후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언택트 소비가 확산하면서 고객 유입이 증가했다. 특히 젊은층의 전유물이었던 온라인, 모바일 쇼핑은 장년층으로 이어졌다.

티몬 올 1분기 50대 이상 연령층 모바일 쇼핑 추이를 보면 식품, 건강 관련 상품 매출이 123% 증가했다. 식품 카테고리 가운데 50대 이상 소비자가 가장 활발하게 쇼핑한 상품군은 라면 등 간편식품으로 158% 늘었다. 마켓컬리는 최근 한달 동안 50대 이상 신규 가입 회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늘었다. 50대 이상 회원 매출은 55% 증가했다. 11번가도 구매 고객 기준으로 보면, 50대 회원이 전년 동기 대비 16%, 60대 17%, 70대 10% 늘었다.

구입 품목도 패션, 정보기기(IT) 위주에서 식료품, 마트 상품까지 넘나들었다. 언택트 소비에 맞춰 고객과 접촉하지 않는 언택트 배송도 나왔다.

이런 현상은 해외에서도 나타났다. 우리보다 진정세에 먼저 들어간 중국은 올해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관련시장 규모가 449억위안(약 7조7335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추정치 229억위안보다 두 배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원격진료 서비스도 탄력을 받아 지난 춘절 기간 앱으로 원격진료를 받은 이용자는 하루 최대 671만명에 달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과 제품 다양성, 24시간 이내에 배송되는 물류 혁신으로 편리함뿐만 아니라 심리적 거리도 좁아졌다”면서 “영역을 뛰어넘은 온라인쇼핑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언택트 소비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언택트 소비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장기적 추세로 이어지며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간과 비용 부담을 낮추고 대면접촉에 따른 거부감이나 불편함도 덜어 주는 등 소비자 효용이 크기 때문이다.

언택트 경제로 대변되는 새로운 패턴은 단순 상품거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원격진료와 처방, 조제 등 의료분야는 물론 온라인 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급격히 확산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전염병 우려가 여전해 언택트 경제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예상한다”며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기술과 맞물리며 새로운 생산·유통·소비 분야에서의 변화를 촉진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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