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5분 안에 뭔가 알아내야 한다면 어디를 떠올리나. 인터넷은 젊은 선택이 아니다. 그나마 유튜브가 정답에 가깝다. 왜 우리는 유튜브를 탐닉할까. 대답은 '데이터 비주얼라이제이션(Data Visualization)'이다.
당신이 휴대폰 시장의 변천을 보고 싶다고 하자. 매년 기업별 판매 대수를 표로 만들어 앞뒤로 보며 맥락을 찾아내야 한다. 유튜브는 한눈에 보여 준다. 그래프로 만들어 연결한 것만으로 산업 승자가 어떻게 손바꿈했고 언제 '빅 시프트'가 있었는지 보여 준다.
우리는 터널 비전에 갇힌다. 내 경험이 짐짓 충분해 보이지만 거짓이기 다반사다. 그래서 조언을 찾는다. 대개 산업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관찰자 역할은 훌륭히 할 만한 전문가들이다. 물론 결정은 내 몫이다. 대개 여기서 사달이 일어난다. 취사선택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휴대폰업계에도 유명한 전설이 있다. 100만달러짜리 조언이라 불리는 것이 있는가 하면 시장의 변화를 간과하게 만든 그런 것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두 기업의 운명을 바꿨다.
아이폰 출시에 관해 어느 컨설팅사의 조언은 '찻잔 속 폭풍'으로 알려져 있다. 한 기업은 잘나가는 피처폰에 주력하기로 한다. 그리고 다른 기업이 하나 있다. 역시 글로벌 컨설팅사에서 비슷한 결론을 듣는다. 그러나 다른 선택을 한다.
왜 이 두 기업은 다른 선택을 했을까. 잘나가는 기업은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고객들은 피처폰 기능과 디자인을 이렇게 저렇게 바꿔 달라고 했다. 스마트폰은 잘나가는 피처폰의 매출을 깎아 먹을 터였다. 피처폰 기술엔 자신이 있다. 뭐든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잘못된 예측, 자기 기술의 과신, 새 아키텍처에 대한 무지와 외면이 겹쳐 덮친다.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나 반도체 전사 장비의 역사를 알았다 하더라도 분명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럼 다른 기업은 왜 이 시장을 눈여겨봤을까. 역설적이게도 휴대폰 시장만 보지 않은 탓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시장을 생각했다. 만일 이 새 시장이 열린다면 정체된 반도체 수요는 늘어날 터였다. 이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는 셈이었다.
이제 질문 하나가 남는다. 스마트폰 시장을 놓치지 않는 다른 선택이 가능했을까. 사후약방문이지만 기술 궤적은 다른 답을 주고 있었다.
휴대폰 칩과 부품들의 성능이 가파르게 변하고 있었다. 피처폰 성능과 기능을 높이는 것에 그칠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새 기능과 제품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결국 시장 전망의 오류는 기술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엿볼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혁신지능의 정수가 어디에 있을까. 분명 불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변화를 민감하게 엿보는 것이다. 혁신지능은 고객과 시장을 잘 아는 것만으로 부족한 듯 보인다. 분명 기술을 렌즈 삼아 미래를 볼 수도 있어야 한다.
오래된 경영학 논문이 하나 있다. 기억 나는 한 구절은 이렇다. “GCA의 엔지니어들은 예전 제품의 기능별로 조직돼 있었다. 뭔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작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는 없었다.” 얼마 뒤 미국 GCA는 반도체 전사장비 시장을 고스란히 니콘에 넘긴다.
혁신지능은 유튜브를 닮았다. 데이터는 다르지 않다. 그 대신 눈앞에 펼쳐서 보여 준다. 직관을 깨우고 가려진 얘기를 들어준다. 어쩌면 이유 모르던 많은 성공과 실패를 이것이 갈랐을 수도 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