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코로나19 탄성 회복력을 갖춰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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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재료연구소장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2011년에 만든 영화 '컨테이젼'은 현재의 코로나19 사태를 예견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이 최근 다시 주목받은 이유는 영화의 강한 사회 경고성 메시지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동시에 겪고 있는 팬데믹 현상 때문이다. 마스크 착용과 매점매석은 물론 여론을 선동해 사익을 취하는 이들까지 영화는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와 이로 인한 행동 변화를 날카롭게 분석, 그대로 스크린에 녹여냈다.

코로나19는 여전히 세계적 대유행 추세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크게 증가하며 세계 경제까지 휘청이고 있다. 이 가운데 세계 여러 나라가 우리의 방역시스템과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 등을 모범사례로 꼽아 따르려 하는 모습은 매우 고무적이다. 과학기술계 또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바이러스 연구에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며 가시적 성과를 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소재 가공 기술에서 고무처럼 물체에 외력을 가했다가 제거했을 때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성질을 '탄성'이라 한다. 찰흙같이 외력을 가한 결과가 형태 그대로 남아있는 성질은 '소성'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유례없는 가공할 외력이라 하더라도 최선의 정책에 과학기술계의 노력이 더해져 탄성 회복력을 만들 수 있다면 위기는 분명 극복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는 코로나19의 높은 전파력으로 인해 단시간에 이를 종식하기는 어렵고 장기적인 유행이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부터 코로나19의 장기 유행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계적 컨설팅기업 매킨지는 글로벌 소비심리가 올 3분기까지 얼어붙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투자그룹 모건스탠리는 상반기 세계 경제성장률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인 0.9%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경기 침체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은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 급격한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고연령층의 생활이 눈에 띄게 변화할 것이다. 건강과 면역력 향상에 관심이 높아지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쇼핑이나 비대면 금융 거래 등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식 공유형 상차림 문화도 예상할 수 있는 변화다. 대학 온라인 강의는 더 활성화되고, 학생들의 적응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기업은 사회적 거리 두기 확산으로 인해 스스로 글로벌 밸류체인 의존성을 최소화할 것이고, 스마트팩토리로의 빠른 전환을 비롯해 4차 산업혁명은 더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부터 우리 사회는 코로나19가 할퀴고 지나간 흔적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닥쳤을 때 불안과 활동 위축으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지만 확산세가 진정된 후에는 이를 빠르게 회복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전염병을 상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로 인식하고 현장 신속 진단 키트는 물론 공공시설 병원체 제거 소재 등 대응 기술 연구에 힘을 모아야 한다. 사전 대응뿐만 아니라 사후에도 신속하고 철저하게 지원해야 함은 물론이다.

인류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코로나19 또한 이겨낼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겨낸 이후 변화의 흐름에 누가 먼저 빠르게 올라타고 적응하느냐다. 위기 속에서도 경제 성장 원동력인 사람과 기업을 먼저 보호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위한 제대로 된 경제 정책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은 디지털 혁신과 디지털 경제라는 생존을 위한 명제를 앞에 둔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용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냉철하게 돌아볼 시기다.

이정환 재료연구소장 ljh1239@kim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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