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파수 재할당 대가 세계 최고
과거 주파수 경매가 고려해선 안돼
경쟁 수요 없고 수익 기여도 감소세
5G 투자도 바쁜데...비용 과다 지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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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가 정부에 공동 건의서를 제출한 건 이례적이다. 연간 8조~10조원대 5G 투자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기존 서비스 유지에 과도한 비용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우리나라 주파수 재할당 대가는 세계최고 수준으로 드러났다. 세계각국 시장·정책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당 가격 등 단가는 해외에 비해 수배 이상이다. 이통사가 경제이익을 고려해 재할당대가 합리화를 주장한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점검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 주파수 재할당 대가
우리나라 이동통신사 매출 대비 주파수비용 납부금액은 7.9%로, 주파수 재할당을 고려하지 않아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통사가 조사한 주요국 2015년 매출액 대비 주파수 할당대가 비중은 프랑스 2.65%, 미국 2.26%, 일본 0.73%, 영국 1.68%, 독일 3.01%이다.
우리나라의 주파수재할당 대가는 1㎒당 28.4억원으로, 해외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통사는 해외에는 재할당대가를 받지 않는 국가도 다수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갱신 기대' 제도를 운영한다. 통신사가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주파수로 일정 수준 서비스를 제공하고, 법위반이 없는 경우 무상으로 주파수 사용기간을 무기한 사용하도록 한다. 일본은 전파 이용료 이외에는 할당대가 자체가 없다. 이통사는 사용 기간 만료 이후 심사를 통해 이용권을 갱신 가능하다.
이통사는 주파수재할당대가를 부과하는 국가도 우리나라처럼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영국은 최초 이용기간 20년 경과 이후 권리포기, 면허취소 등이 없으면 재할당이 이뤄진다. 2013년 LTE 주파수 재할당에서 900㎒ 대역은 1㎒당 연간 17억원, 1.8㎓는 1㎒당 13억원 수준으로 재할당 대가가 결정됐다. 호주는 재할당 대가가 1㎒ 당 3억원, 캐나다는 1㎒ 당 9억원 수준이다.
◇제도개선 필요성 점검해야
주파수는 이통 사업 핵심 자원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표면상 드러나지 않는 미래가치는 배가된다는 주장도 비등하다. 과기정통부가 예상 매출을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식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 이유다.
다만 재할당 대상 주파수는 미래지향적인 자원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2G, 3G, LTE는 5G 혁신서비스와 달리, 기존 고객을 유지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서비스다. 재할당 주파수는 경쟁 수요도 없어 주파수 수익 기여도가 감소세다.
이통사 자체 조사 결과, 재할당 대상 주파수 320㎒폭의 2019년 수익기여도는 1㎒당 2008억5000만원이지만, 2025년에는 1㎒당 133억6000만원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에 5G 주파수의 경우 2019년 22억3000만원에서 1068억원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사는 5G 신규 서비스에 집중 투자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가치가 줄어드는 분야에 과도한 비용 지출을 우려했다.
이통사는 최소한 과거 경매가를 고려하도록 한 전파법 시행령이라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식의 핵심변수인 예상 매출액 산정기준을 명확하게 공개해달라고 주장했다. 정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귀담아 들을 만한 주장이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주파수 사용을 대가로 매출의 최대 8%를 정부에 납부하지만, 정작 이동통신산업을 위해 사용되지는 않는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라며 “과도한 주파수 재할당 대가 문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주파수는 국가와 국민의 자원”이라며 “이통사가 소유한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국 주파수 재할당 현황
![[뉴스해설]바람직한 주파수 재할당 방안은? 전파법 시행령 개정해 산정기준 명확하게 해야](https://img.etnews.com/photonews/2004/1291120_20200409172645_281_T0001_550.png)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