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세미파이브가 인도, 파키스탄에 연구개발(R&D) 거점을 마련한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RISC-V(리스크 파이브)' 설계에 필요한 인력을 세계 곳곳에서 확보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세미파이브는 300억원을 투자해 인도, 파키스탄에 R&D센터를 세우고 인력 50여명을 영입할 계획이다.
국내 디자인하우스 업체가 설계 인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확보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세미파이브는 최근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주목받는 아키텍처 RISC-V 기반 설계와 설계자산(IP) 개발을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다.
RISC-V는 반도체 IP 개발시 기존 ARM 아키텍처를 활용할 때보다 30% 이상 칩 설계 값이 저렴하고, 칩 면적과 전력효율까지 개선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기반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2016년 설립된 RISC-V 재단에는 삼성전자, 구글, 테슬라 등 240여개 IT 기업들이 가입했을 만큼 관심이 뜨겁다.
세미파이브는 설계 단계별로 인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위해 해외 R&D센터를 세운다. 한국 인력은 칩 논리 설계에, 인도·파키스탄 인력은 성능 검증과 레이아웃 작업에, 이미 진행 중인 미국 R&D센터 인력은 선행 기술 개발에 배치해 설계 흐름을 최적화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R&D센터는 상반기 내, 인도와 파키스탄 거점은 연내 가동한다.
세미파이브는 RISC-V 생태계를 구축 중인 미국 사이파이브, 중국 스타파이브와 함께 파키스탄에서 기술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파키스탄 인재 3000명을 대상으로 RISC-V 교육을 했는데, 이들은 선진국 인력 못지않은 열정과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며 “파키스탄 정부와도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미파이브의 국내 인력 확대도 가파르다. 지난해 5월 2명으로 시작해 1년도 되지 않아 세솔반도체, 다심 등 디자인하우스 업체를 인수하면서 직원 규모를 100여명으로 늘렸다. 또 지난해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을 총괄했던 박성호 사장을 공동대표로 영입하는 등 인력 수준도 상당히 높다. 회사는 인력을 올해 200명, 내년 300명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미파이브는 고객사가 아이디어만 있으면 세련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맞춤 칩을 설계해 주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것이 목표다. 국내 디자인하우스 업체와 상생을 강화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의 협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세트업체가 의뢰한 14나노 공정 연구용 칩을 설계하고 있다. 세미파이브는 현재 10여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올해는 프로젝트 수를 지금의 3배 이상 늘리는 것이 목표”라며 “반도체 칩 설계 기술을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또 “RISC-V 기술 기반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