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불평등한 재난, 스마트시티의 역할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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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에서 폭우는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았다. 대저택에 사는 박 사장 가족은 폭우 때문에 캠핑을 취소했지만 반지하에 사는 기택네 가족은 집조차 잃고 난민이 됐다. 그렇게 재난은 각자에게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코로나19도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감염 위험도는 각자의 경제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경제 여유가 있는 사람은 코로나19에 감염돼도 부담 없이 치료에 집중할 수 있다. 반면에 코로나19 증상이 있다 하더라도 당장의 생계를 위해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새벽 배송에 투입된 '쿠팡맨'의 돌연사, 구로 콜센터의 집단 감염, 생존 갈림길에 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위기에 내몰리는 이유다. 코로나19 여파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재난' 단면을 보여 준다.

재난의 원인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난 발생 시 취약 계층이 위험의 불평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 기술 토대 위에서 도시 문제를 효율 높게 해결하는 스마트시티도 모두가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스마트시티의 핵심은 혁신 기술을 도시 행정에 접목·연결, 모든 국민의 삶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데 있다. 제각각 운영된 재난 방지, 의료, 행정, 치안 등이 서로 연결돼 관리됨으로써 위급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한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되면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응급차가 출동하고 진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곧바로 이송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는 지난해 전주시와 함께 '스마트시티 디지털 트윈 실험사업'을 성공리에 마무리하고 스마트시티 핵심 공간정보 기술인 '디지털 트윈'과 효율 높은 도시 관리 서비스 모델 특허를 출원했다. 디지털 트윈은 센서와 통신망을 상호 연계해 가상 세계에서 도시의 다양한 문제를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정책의 시행착오를 줄인다.

전주시는 2018년 전국에서 폭염 대비가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꼽혔다. 전주시는 무더위 쉼터 지정과 그늘막 추가 설치를 위해 디지털 트윈을 활용했다. 공사는 온도·인구·시설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노인과 5세 미만 영유아가 밀집된 지역을 추려 걸어서 15분 이내 거리에 무더위 쉼터·그늘막 설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LX의 스마트시티는 학·연 전문가, 공무원,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 아이디어를 반영하는 민·관 협력의 모델로 거듭났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폭염 대응, 미세먼지 저감, 건물 노후·화재 안전과 같이 주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사안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사회 원인을 찾아 대응 전략을 마련한 행정기관과 이에 적극 협조한 시민들이 거둔 값진 성과다.

LX는 이 사업의 성공을 토대로 전주시 전 지역을 항공기 및 MMS로 촬영해 사용자 수요 중심의 디지털 트윈을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기도 시흥시와도 협업해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스마트시티 플랫폼 구축에 적극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김승섭 고려대 교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라는 책은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진다.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라고 묻는다. 더 약한 사람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그래서 더 자주 아픈 현실도 꼬집는다. 그리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공동체의 수준은 한 사회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스마트시티는 기술이 사람을 위해 살아 움직이는 도시다.

스마트시티는 자연과 사람을 포용함으로써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는 사람 중심 도시다. 결국 스마트시티 성공도 '사람'에 달렸다. 도시가 살아있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시민이 포용성과 혁신성을 마음껏 발휘할 때 차별받지 않고 다 함께 잘사는 스마트시티를 완성할 수 있다. 이를 선도하는 힘은 이미 사람의 도시, 품격의 전주에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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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학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 rainmaker@lx.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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