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첨단연성물질 연구단(단장 스티브 그래닉) 소속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UNIST 특훈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이온성 고분자가 포함된 용액의 '흔들림'이 결정에 충격을 줘 결정화를 촉진함을 발견하고, 원인을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결정화는 씨앗인 핵이 만들어지고 그 씨앗이 점점 성장하면서 진행된다. 큰 결정을 빠르게 얻으려면 결정이 더 크게 뭉쳐지는 '오스트발트 숙성'이 잘 일어나야 한다. 그동안은 성장 과정 중 외부 충격이 가해질 경우 작은 결정이 여러 개 만들어진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온성 고분자가 녹아 있는 용액에서 전혀 반대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용액 속에 소용돌이를 만들어 충격을 주자 오히려 결정화가 빨라졌다. 연구팀은 이온성 고분자가 결정으로 만들 물질 대신 용매를 흡착하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이온성 고분자를 포함한 용액에 회전력을 가하면서 결정화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기존보다 최소 10배 이상 빨리 결정이 자랐다.
연구진은 고분자는 용액 속에서 마치 실타래처럼 엉킨 상태로 존재하는데 회전력을 받으면 실타래처럼 엉켰던 고분자가 풀어지면서 표면에 붙는 용매 입자 수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회전속도가 빠르면 회전력이 커 고분자가 더 잘 풀어지므로 결정화 속도가 더 빠르다.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새로운 결정화 방법을 향후 신약개발이나 화학 공정에 적용하면 기존 연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유체역학과 고분자 화학, 결정학 등을 망라한 융합 연구로, 가설 증명 과정이 새로운 법칙으로 확립된다면 학제 간 융합 연구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