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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기 한국기계연구원 그린동력연구실 책임연구원>

세계적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지난해 말 전기구동 '사이버트럭'의 출시를 발표했다.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할 법한 디자인에 전기 모터만으로 육중한 몸매를 자랑하는 트럭을 구동하는 차량이 등장한 것이다. 사이버틱하고 심플한 디자인에 미화 4만달러 수준의 매력적인 가격은 승용차의 동력원이 기존 내연기관에서 타 동력원으로 변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를 기점으로 내연기관 신뢰도는 급격히 추락했다. 이와 함께 내연기관 승용차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내연기관이 타 동력기관과 비교하면 열효율이 높고, 비출력 역시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장점과 별개로 내연기관 승용차에 관한 관심과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다. 그렇다면 내연기관은 이제 박물관의 한켠에 자리할 유물이 되는 걸까?

내연기관은 고효율과 고출력을 자랑하는 대표 열동력기관이다. 산업혁명 시대 증기기관으로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서 안정적으로 사용된 장치다. 승용차 분야의 내연기관 수요가 감소하더라도 다른 분야까지 내연기관의 입지가 주는 것은 아니다. 내연기관은 발전용 엔진이나 건설기계, 선박, 항공 등의 수요가 여전히 건재하며, 이에 관한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그 중에도 특히 서로 다른 물성의 두 연료를 동시에 적용해 연소하는 '혼소엔진'은 기존의 내연기관 시스템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은 서로 연소에 의해 화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종래에는 그 열에너지를 기계에너지로 변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에 장점은 상이하다. 가솔린 엔진은 연료 휘발성이 좋아 흡입 공기와 잘 섞이고, 이로 인해 디젤 엔진보다 매연을 상대적으로 적게 배출한다.

반면 디젤 엔진은 연료의 스스로 점화하는 특성이 좋아 압축비를 높게 사용할 수 있어 열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다른 두 방식의 장점을 하나로 합친 것이 혼소 엔진이다.

혼소 엔진은 공기가 실린더 내로 흡입될 때 가솔린이나 천연가스처럼 혼합률이 좋은 연료를 함께 공급해 미리 잘 섞어 놓고, 점화 특성이 좋은 디젤 연료를 소량 실린더 내에 분사해 연소하도록 한다. 대다수 연료가 공기와 흡기 다기관에서부터 잘 섞여 들어오기 때문에 매연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 상대적으로 고압축비에서 압축착화하는 방식을 사용해 열효율도 높아 일거양득이다.

이미 유럽의 엔진 전문 제작사인 'MAN'과 '볼보'는 트럭과 선박 등 대형 엔진에 혼소 엔진을 탑재해 일부 사용하고 있다. 미 위스콘신대는 국가연구소와 협력해 승용차에 혼소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다방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도 6리터급 디젤엔진을 천연가스와 디젤의 혼소 엔진으로 개조한 저배기·고효율 100㎾급 발전용 엔진 개발에 힘쓰고 있다. 건설기계 분야에 활용할 11ℓ급 혼소 엔진도 개발 중이다.

내연기관과 관련된 연구를 지속하는 데 있어 수소시장 확대와 전기 자동차의 성장세 속에 부정적 시선도 있다. 하지만 사람도 좋은 음식을 먹으면 건강해지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듯이 내연기관도 좋은 연료를 쓰면 소화가 잘되고 청정한 배출물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가 내연기관에 대해 갖는 걱정은 내연기관 자체의 시스템과 원리보다는 활용되는 화석연료에서 기인하는 것이 더 크다.

우리는 산업사회 성장을 견인한 내연기관을 이대로 구시대의 유물로 남기기보다는 혼소 엔진 같은 새로운 연소방식의 발전과 활용처의 확장을 통해 내연기관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야 할 것이다.

김창기 한국기계연구원 그린동력연구실 책임연구원 cgkim@kimm.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