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현대글로비스·KST모빌리티와 컨소시엄
고객, 비싼 차량 초기 구매가격 부담 완화
매년 보조금 줄어들면서 대안으로 주목
수거 후엔 재사용해 후방산업까지 고려
현대자동차와 LG화학·현대글로비스·KST모빌리티(마카롱택시)가 국내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 리스 사업을 추진한다.
동급 내연기관 차량보다 30% 이상 비싼 차량의 초기 구매 부담을 줄이면서 배터리 교환, 중고 배터리 재사용 등 후방산업까지 고려한 국내 첫 사업 모델이다. 매년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기차 시장을 확대할 대안으로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최근 LG화학·현대글로비스·KST모빌리티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전기차 배터리 리스 사업'을 추진한다.
전기차 구매 시 고객은 배터리를 제외한 차량 비용만 지불하고, 배터리 비용은 매달 리스요금으로 지불하는 형태다.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회사 자체로 전기차 '조에' 등을 대상으로 유럽 일부 국가에서 배터리 리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후방산업까지 고려해 완성차, 배터리, 차량 서비스 등 관련 기업들이 연합전선을 꾸려 사업에 나서는 건 세계 최초로 알려졌다.
현재 기준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을 배터리(용량 64㎾h) 리스상품으로 구매하면 1500만~1700만원의 구매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동급 내연기관 차량 가격과 비슷해진다.
여기에 장기 운영으로 배터리 충·방전 성능 저하가 발생하면 새 배터리로 교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컨소시엄 전략에는 고객으로부터 수거한 중고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비상전원공급장치(UPS) 등으로 재사용하는 후방산업까지 포함됐다.
이번 사업에서 현대차는 차량 지원과 후방사업 등을 총괄하고, KST모빌리티는 '마카롱택시'를 활용해 운영·주행 패턴 등 데이터를 제공한다. LG화학은 배터리시스템 지원과 차량 운행에 따른 에너지 데이터 분석, 글로비스는 배터리 리스 역할을 각각 담당한다.
현대차 컨소시엄은 우선 상반기 내 전기차 기반의 마카롱택시 30대를 투입, 시범 사업에 들어간다. 연내 250대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다만 사업에 투입되는 차종은 기존 '코나 일렉트릭' 등을 사용할지 배터리 탈·부착이 손쉬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신차를 투입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배터리 리스를 통해 차량 구매 비용을 낮추고, 배터리 관리·재사용까지 효율적인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관련 업체들과 사업을 추진한다”면서 “다만 시기나 사업 규모 등 자세한 내용은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현재 국가 보조금은 차량 전체 구입 때만 지원되기 때문에 배터리 리스 모델은 보조금 지원을 받지 못한다. 다만 매년 전기차 보조금이 주는 데 반해 전기차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어 배터리 리스가 전기차 구매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