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을 고심끝 상징성 높은 '종로' 택해
이낙연·황교안 정치 거물간 3파전 주목
“당 지도부, 지역구行…청년 세대 물꼬”

손학규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4·15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한다.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이 통합해 만든 민생당이 '호남 정당' 이미지를 벗고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 하는데 힘쓰겠다는 구상이다.
민생당 복수의 고위 관계자들은 “손학규 전 대표가 지역구 출마로 마음을 굳혔다. 종로에 출마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손 전 대표는 서울 종로와 경기도 파주을 두 곳을 두고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는 손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LG디스플레이 공장을 유치하면서 먹거리를 만들어낸 지역이다. 당시 파주시는 인구 17만명이었지만 공장 유치 이후 45만명까지 성장했다.
민생당 관계자는 “파주을은 손 전 대표가 LG디스플레이를 유치했기 때문에 민심이 우호적이고, 이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생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상황에서 파주을 역시 당선을 쉽게 점칠 수 없다는 게 당내 판단이다. 다른 관계자는 “어느 지역을 나가도 현재 민생당 지지율로는 당선이 어렵기 때문에 손 대표가 파주보다 상징성이 높은 종로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정치 1번지' 종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맞대결을 선포한 곳이다. 여기에 손 전 대표가 가세하면 여야 정치 거물 간 3파전으로 치러진다.
손 전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면 민생당을 알리며 총선에서 존재감 있는 정당으로 각인 시킬 수 있다.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아도 손 전 대표의 출마로 당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앞서 전날 민생당 원외 지역위원장과 예비 총선출마자들은 당이 정치적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하며 지도부의 선당후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전·현직 당 최고 지도부가 솔선수범해 지역구로 출마하고 선당후사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며 “비례대표만 바라보고 앉아있는 당내 분위기를 일소하라”고 강조했다.
김정화 민생당 대표도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에는 대선주자 급의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여럿 있다”며 “손학규 전 대표를 비롯해 정동영 의원, 천정배, 박지원 의원 등 중진들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는 용단을 내려주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당의 기둥인 중진이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희생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준다면 당에도 큰 힘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당 지도부도 그 결단이 헛되지 않도록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민생당은 오는 11일 또는 13일쯤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한다. 3당이 합당한 만큼 선대위 물밑 조율이 쉽지 않아 다른 당보다 출범이 늦었다. 민생당은 청년 세대 등을 영입해 최대한 많은 지역구에 후보를 내놓겠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비례대표 자리를 두고 지도부 간 논란이 있는 모습이다.
또 다른 민생당 관계자는 “일부 최고위원, 부총장 등 지도부가 비례대표로 나가려고 한다”며 “당 지지율을 올리려면 현역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지도부들도 선당후사를 위해 지역구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전 대표는 “당에서 종로나 파주에서 오라는 요청이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