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부채로 잡힌 '항공기 리스' 코로나19 긴급융자 막히나

담보 설정도 불가 이중고 직면
국토부 '3000억 지원' 약속에도
산업은행 "부채 높다" 대출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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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저비용항공사(LCC)의 코로나19 긴급 금융지원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부분 항공기를 리스로 운영하는 LCC 구조 때문이다. 리스 항공기의 담보 설정이 불가능한데다, 리난해 리스 회계기준 변경으로 부채비율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는 불황인 만큼 기존 잣대로 LCC 신용을 평가하는 건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아니라며 전향적 조건 완화를 촉구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CC와 산업은행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최대 3000억원 규모의 긴급융자지원 관련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17일 LCC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금융지원을 약속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아직도 협상은 공회전만 거듭되고 있다.

LCC는 장기 저리 융자를 요구하고 있지만, 산업은행은 담보가 없고 부채비율이 높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LCC는 항공기 중 98.7%가 리스 방식이다. 총 159기 중 157기가 운용리스 및 금융리스 방식으로 도입됐다. 항공기 소유권이 리스사에 있다는 의미다. 제주항공만 45기 중 2기를 구매했고 나머지 항공사는 전량 리스 방식이다.

항공사별로 리스 항공기는 제주항공 43기, 이스타항공 23기, 진에어 27기, 티웨이항공 28기, 에어서울 7기, 에어부산 26기, 플라이강원 3기다.

운용리스는 항공사가 실질적 항공기 소유자 및 자금차입 주체인 리스사로부터 항공기를 임차하는 방식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리스 항공기는 항공사 소유가 아니라서 담보 설정이 불가능하다”며 “LCC가 많은 자산을 보유한 게 아니기에 융자를 위해 내세울 적절한 담보가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지난해 회계기준 개정으로 인해 항공사 부담은 더 커졌다. 운용리스 자본화로 재무상태표에 사용권자산과 리스 부채가 일시에 인식됐기 때문이다. 운용리스 항공기는 그동안 부채로 잡히지 않아 국내 LCC가 선호해왔다.

실제 LCC의 2018년 4분기 대비 2019년 3분기 부채비율은 급등했다. 에어부산 '98.76→524.64%', 티웨이항공 '90.90→295.28%', 진에어 '95.17→201.41%', 제주항공 '169.76→330.89%'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항공 수요 감소에 따른 수익성 하락, 재무구조 악화, 신용등급 하락, 추가 차입에 대한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며 “긴급융자에 대한 조건 완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산업은행은 원칙에 따라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당행 심사체계를 거쳐 공정하고 신속하게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7개 LCC 사장단을 만나 항공업계 지원책 관련 추가 논의를 진행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