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상품권 계좌 출금 막은 일부 은행... 소상공인 지원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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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는 제로페이 계좌 연동 화면. KB국민은행 계좌를 등록할 수 없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씨티은행이 정부 소상공인 지원 대책의 일환인 모바일 상품권 출금 계좌를 막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은행 계좌를 보유한 고객은 모바일 상품권을 어디에서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바일상품권 운영 대행사는 '은행 갑질'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씨티은행이 각종 모바일 상품권 구매에 필요한 계좌 연동을 불허하고 있어 고객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모바일 상품권 구매는 두 가지 방식이다. 은행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상품권 판매 대행을 맡고 있는 지불결제 대행사를 통해 살 수 있다. 다수 고객은 지불결제 대행사 앱을 통해 구매하고 있다. 구매를 위해서는 본인 계좌를 앱에 연동해서 출금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씨티은행이 모바일상품권 구매에 필요한 계좌 연동을 지금까지 허용하지 않고 있다.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경남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등 대부분 은행은 모바일 상품권 대행사에 계좌 출금을 허용했다. 자체 스마트뱅킹 앱을 통해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계좌를 보유한 고객은 모바일 상품권 구매를 할 수 없다.

다른 은행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모바일 상품권 판매는 비즈플레이 제로페이, 체크페이, 머니트리 등 앱을 통해 90% 이상이 이뤄지고 있다.

대행사 관계자는 “은행권에 수차례 계좌 출금 허용을 요청했지만 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면서 “다른 사업을 함께하는 부분이 있어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불결제 대행사 대표는 “설이나 추석 때 은행이 상품권을 구매해서 전통시장 상권 활성화에 나서는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정작 상품권 구매는 할 수 없도록 은행이 막아 놓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비꼬았다.

특히 모바일 상품권 판매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정부 주도의 제로페이에서 국민은행은 여전히 출금 계좌 연동이 되지 않는다. 하나은행은 조만간 협의를 거치는 등 계좌 연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구매대행 앱은 여전히 계좌 출금이 되지 않고 있다.

올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소상공인과 지방상권,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모바일 상품권 발행에 적극 나섰다. 전통시장 상권 활성화 등을 위해 기존의 종이 형태 상품권을 모바일로 전환, 누구나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를 비롯해 경남, 전남 등 주요 지자체에서 전통시장과 지역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을 발행한다.

모바일 온누리 상품권 7000억원, 경남사랑상품권 200억원, 종로사랑상품권 200억원, 서울중구사랑상품권 100억원 등 올해 지자체에서 발행하는 모바일 상품권만 8600억원에 이른다.

서민금융을 지향하는 대형 은행이 이처럼 모바일 상품권 사업에 소극적인 것은 한마디로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행사들과 계좌 연동에 따른 수수료를 일부 받지만 인력이나 관리 인소스 투입 대신 받는 돈이 적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는 이들 은행의 처사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지자체 고위 관계자는 “서민금융을 지향하는 대형 은행이 정부 소상공인 지원 정책에 역행하는 처사를 하고 있다”면서 “빠른 시일 안에 해결될 수 있도록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표]상품권별 발행 현황(자료-본지 취합)

<발행액-원>

모바일 상품권 계좌 출금 막은 일부 은행... 소상공인 지원 '역행'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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