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우주부품시험센터 개소, 세계로 나아가는 우주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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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9일 세계 최초 정지궤도 환경탑재체를 실은 천리안 2B호가 발사된다. 동아시아 지역 미세먼지와 유발 물질을 상시 관측해 국외 유입 미세먼지의 진원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2월, 10월에는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될 예정이다. 2013년 1월 러시아와 함께 개발해 쏘아올린 나로호보다 길이가 1.4배 길고, 탑재중량은 15배 이상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늦은 1990년대에 들어서야 우주개발에 착수한 것을 고려하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과거에는 우주 개발이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 과학 강국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오늘날에는 민간 기업 주축으로 적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특정 미션을 수행한다. 미국 스페이스X는 지구 전체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형성하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추진해 지금까지 통신위성 240여기를 쏘아올렸고, 올해에는 22차례에 걸쳐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서비스는 올 하반기에 미국 북부 지역과 캐나다에서부터 시작한다. 아마존·애플·구글도 인공위성 서비스를 자체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룩셈부르크는 우주 광물 채굴 프로젝트에 착수했으며, 영국의 버진 걸랙틱은 우주 관광을 위한 우주여행용 비행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의 뉴 스페이스 붐에 대응해 우리나라도 지난해 1월 국가우주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우주산업전략'을 발표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주부품시험센터 구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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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부품시험센터 전경

우주 부품은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 작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신뢰성과 안정성이 요구된다. 별도의 인증 및 시험 절차가 필요해 상용 부품과 동일한 유형이라 해도 가격차가 100배 이상 벌어질 수 있다. 한 위성체에 들어가는 소자급 우주 부품 개수는 10만개 이상 되고, 종류도 1000종이 넘는다. 가격은 톤당 1억달러에 이른다. 우주 부품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은 개발품을 시험하기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원 등 국내 시험 시설 또는 해외 시험 센터를 활용한다.

국내 시험 시설은 자체 연구개발(R&D) 일정 때문에 기업이 원하는 시기에 이용하기 어렵고, 해외 시험 센터는 고가의 시험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대부분 중소기업인 민간 우주기업이 거액의 우주환경 시험 인프라를 자체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도 현실 여건상 한계가 있으며, 자체 수행한 시험 결과의 대외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도 곤란하다. 국가 우주 개발 규모가 확대되고 민간의 우주 개발 참여가 늘어나면서 국내 기업의 어려움도 커졌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회, 경남 진주시 등 각계 각층의 노력이 결집됐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주관기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협동기관,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가 위탁기관으로 각각 구축 사업에 참여한 가운데 2016년에 총 271억원의 예산이 마련돼 우주부품시험센터 건립이 시작됐다. 이러한 노력 끝에 5일 진주시에서 우주부품시험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궤도환경·발사환경·전자파환경 시험 장비 등 총 30여기의 시험장비를 갖췄다. 이 가운데 18기는 국내 유일의 소자급 부품 시험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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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진공챔버

우주부품시험센터 개소로 국내 우주 산업체는 물론 대학 등 교육기관, 기타 연구기관도 이전보다 더 저렴한 수수료로 원하는 시기에 우주환경 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해외 시장 진출 및 수출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국내에서 우주 부품에 대해 국제 기준을 충족시키는 우주환경 시험이 가능해지면서 우주 부품 국산화를 더욱 앞당길 수 있게 될 것이다. 향후 동남아 등 우주개발 신흥국 대상으로 우주환경 시험평가 사업을 확대하고, 시험센터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시험 인프라 구축 컨설팅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과기정통부는 우주 부품 국산화 R&D, 우주제품 수출 활성화, 우주환경 시험료 지원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국내 우주산업체도 이에 적극 호응할 방침이다. 우주부품시험센터는 이 과정에서 우주 산업 육성의 핵심 인프라로서 제 역할을 하게 된다.

우주환경 시험뿐만 아니라 우주 부품 시험기술 국산화, 상용 부품 우주 사용 등 R&D가 성공리에 이뤄진다면 해외에 의존하는 기존 부품 수급 체계에서 벗어나 국내 우주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우주부품시험센터 설립이 국내 우주 산업 도약에 중요한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류장수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회장 jsryoo@ap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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