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에서 머신러닝을 경험한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서 실리콘밸리 외에는 창업할 곳이 없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느낀 점은 인공지능(AI) 등 핵심 소프트웨어(SW) 기술만 갖고 있다면 세계로 쉽게 뻗어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위치한 40여평 남짓한 모로코 본사에서 만난 안익진 대표는 “AI로 승부를 보기 위해 최첨단 정보기술(IT) 최전방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다”고 밝혔다. 그는 머신러닝 기반 AI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모로코는 강력한 머신러닝 예측 모델을 중심으로 한 퍼포먼스 엔진과 페타바이트 규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광고 스타트업이다.
실제로 모로코 사무실 곳곳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머신러닝 엔지니어가 머리를 맞대고 머신러닝 예측 모델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하고 있었다. 머신러닝 기술력이 곧 모로코의 생사를 좌우하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은 SW 개발에 '올인'하고 있었다.
안 대표는 “페이스북, 구글 등 실리콘밸리 기업이 수년전부터 AI 중요성을 간파했으며 기업 AI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모로코의 AI 정공법은 통했다. 서울을 비롯해 런던, 뉴욕, 싱가포르 등 7개 지사를 두고 있으며 2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 모로코는 국경을 뛰어넘는 언어인 AI 기술력 덕분에 세계 각국에 진출할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기업까지 참여한 AI 주도권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구글, 아마존, 애플,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은 음성인식, 영상인식, 자율 주행차 등 AI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연구·개발 중이다. 김강년 오라클 엔지니어는 “실리콘밸리에는 AI 광풍이 불고 있다”면서 “구글, 페이스북,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에서는 AI가 핵심기술”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도 AI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었다. KOTRA에 따르면 2018년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국인이 창업한 스타트업은 약 45개로, 진출 분야는 소프트웨어 솔루션, AI, 빅데이터, 증강현실(AR), 게임 등에 집중돼 있다. 창업자 대부분이 공대 출신 개발자다.
2017년 실리콘밸리에 등록된 신규 특허 중 컴퓨터, 데이터처리 및 정보저장 부문과 통신 부문의 비중이 가장 높다. 실리콘밸리 기업과 연관된 상위 10건의 인수합병(M&A) 가운데 절반이 소프트웨어 산업과 관련됐다.
AI와 다소 연관성이 떨어졌던 글로벌 기업도 AI 전쟁에 뛰어들었다. 시스코는 전통적인 네트워크 장비 제조 기업이었지만 최근 AI, 클라우드, 보안 등 SW를 강화하고 있다.
김민세 시스코 테크니컬 엔지니어링 시니어 매니저는 “AI를 통해 네트워크에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파악할 수 있어 선제 대응이 가능하다”며 AI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매니저는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시스코에서만 수십개 AI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스코는 이제 하드웨어 엔지니어보다 SW 엔지니어를 훨씬 많이 고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에 선정된 시스코지만 AI 인재 영입에는 적극적이다. 김 엔지니어는 “젊은이들이 원하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스탠퍼드대 근처 블루보틀 건물 2층에 AI 연구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기업 시높시스 또한 AI 중요성을 인식했다. 버크하드 훈케 시높시스 자동차 부문 부사장은 “시높시스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AI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SW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AI가 자율주행차 완성을 가속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높시스는 오픈소스 라이선스 관리 및 보안취약점 분석 솔루션 기업인 '블랙덕소프트웨어'를 인수하는 등 SW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AI 개발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은영 구글 연구원은 “인류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가 AI일 뿐 AI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AI”라고 말했다.
팰로앨토(미국)=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