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4일 이내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 입국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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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감염 환자 이송에 사용되는 음압이송카트를 옮기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4일 0시부터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한 모든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한다. 중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내외국인은 특별입국절차를 밟고, 우리 국민의 관광목적 중국 방문도 금지된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 진원지인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하는 건 처음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일 관계장관이 참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 확대회의를 주관하고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중국에서의 입국을 막아달라는 국민 청원에 이동제한은 비효율적이라는 WHO의 권고를 이유로 미온적 입장을 보였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 미국·뉴질랜드 등 세계 각국이 중국으로부터 입국을 금지한 것도 배경으로 보인다.

2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주말 동안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 4명이 추가로 발생, 국내 확진자는 총 15명이 됐다고 밝혔다. 중국 내 사망자가 300명을 넘어서는 등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국내 지역 사회 감염 확산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입국 제한 조치는 크게 3가지다. 후베이성으로부터의 입국금지와 비자발급제한, 중국전용 입국장 설치다.

특별입국절차를 신설,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내외국인은 별도의 입국절차를 밟게 된다. 여기에서 후베이성을 방문했던 모든 외국인은 감염증 유입위험도가 낮아지는 시점까지 한국 입국이 금지된다. 내국인 입국은 허용하지만 국내 거주지와 연락처를 확인한 후 14일간 자가격리를 실시한다. 중국인의 한국 입국을 위한 비자발급도 제한한다. 관광 목적으로 중국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것을 허용하는 단기비자는 발급중단을 검토한다. 중국으로부터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비자없이 입국을 허용하고 있는 제주도 무사증 입국제도도 일시 중단한다.

중국 유학생 관련해서는 필요 시 개강을 연기하는 대책을 검토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에 범부처 유학생지원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우리 국민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도 제한한다. 중국 전역의 여행경보를 현재 여행자제 단계에서 철수권고로 상향 발령하며,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은 금지된다. 중국을 대상으로 한 항공기와 선박도 축소 운행한다.

격리조치도 수준을 강화키로 했다. 현재는 접촉 정도에 따라 일상접촉자·밀접접촉자로 구분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구분없이 접촉자는 모두 자가격리를 실시하도록 한다.

마스크 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마스크 제조업체와 비상대응체계를 운영한다. 사재기, 매점매석 등에 대해서는 범정부 단속반을 편성해 단속을 벌인다.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에는 2년 이하 징역,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정부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해 중장기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지자체와 협력해 인력과 검사시약·격리병상 등 현장의 필요자원을 미리 확보하고, 기재부 등 관계부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수출 및 관광업계 등의 예상되는 피해를 보완하고 지원하는 대책을 수립하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 “국무회의에도 관련 광역자치단체장을 참석토록 해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간의 협력과 공조를 강화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방역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갖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 방지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국내로 유입되는 환자 수를 줄여 우리 의료 역량이 감당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질병관리본부 내에 정보분석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위기분석 국제협력 기능을 강화해 데이터에 기반한 감염병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정부의 제한적인 입국 금지에 대해 비판 목소리도 높다. 자유한국당은 “후베이성 입국자만 입국 금지조치를 하고, 당장도 아니고 4일부터 하겠다고 한다. 너무나 무지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후베이성 뿐만 아니라 감염위험이 높은 상위 5개 지역으로부터 항공 운행 제한 혹은 중단, 검역 강화조치를 제안한바 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